생존이 곧 죽음인 현실. 책읽는 방(국외)







도시는 오래전에 버려졌다. 그들은 조심하며 지저분한 거리를 걸어다녔다.
소년은 남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 주검을 태우려 한 흔적이 있는
커다른 철제 쓰레기통을 지나쳤다.
축축한 재 밑의 숯이 된 고기와 뼈는 두개골의 형태가 아니었다면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

..


다른 세상이었다면 아이는 이미 남자를 자신의 삶에서 비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다른 삶이 없었다.



본문 中




세계가 전쟁 또는 천재지변으로 불바다가 된 이후의 최악의 현실이 이 소설의 무대다.
'불을 운반하는 이'라고 자칭하는 소설 속 아버지와 아들은 파괴된 지구의 몇 안되는 생존자 중에 하나다.
그들은 하루하루가 헤아림도 없이.. 달력도 없이.. 진창을 기어가듯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간다.

파괴된 지구에서 생존자들에게 희망이 과연 있을까.
아버지는 부성애 하나만으로 아들을 지켜내려 노력하지만 고갈된 땅에서 부성애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거란 상상은 쉽게 할수 있다.
다만 그 기간이 길지.. 짧을지.. 그 차이일뿐이라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참혹하고 최악인 상황을 그린 소설이 그동안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봤는데
.. 없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땅에서 할 일이란 그저 추억을 더듬는 일들과 고통의 현실을 견디는
것일 뿐인데 과연 이 지리한 생존싸움에서 결말이 어떻게 나올까.. 읽는 내내 딱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부자의 행로는 굶어 딱 죽기 일보직전에 저장창고를 발견하지 않나,
또 딱 병으로 죽기 직전에 파도에 난파되어 구급약이 보존된 난파선을 발견하지 않나..
읽으면서 생존의 희망이 하나씩 남겨져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주인공은 다른 것인가?
미국영화도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던데..

하지만 아버지는 피를 토하는 기침(폐결핵 정도?)에 인육전쟁을 치루는 사람들의 화살촉을 맞아
파상풍까지 겹쳐 길거리에서 죽고 만다.
10살 남짓은 아들은 곧 죽겠구나.. 싶었는데 말그대로 착한 어른이 등장해 그들의 일행에 소년을 동행시킨다.
온갖 최악의 설정을 그려놓고도 현실을 버티는 사람들을 마지막장에 남겨놓고 소설은 끝이나고야 만다.

작가는 작가의 의중은 그저 소설 속 참혹한 상황속에서 버려진 채 모든 메세지를 독자의 판단에
맡겨 버리고 끝을 낸다. 소설은 상상 속 현실이라지만 이런 상상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읽고나니 심각한 기분에 휩싸여 폭설에, 폭염에 매년 기상이후 속에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것이
단지 환경보호가들 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최악의 상황에 부딪쳤을 때 우리는.. 나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 막연한 불편함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흠.. 그래도 쉽게 포기는 하지 말아야 겠지..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0/01/28 15:18 # 답글

    코맥 매카시는 아직 한 권도 안 읽었는데, 내용들이 다 너무 비장한 것 같아서 선뜻 손이 가질 않아요...;; 너무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내용은 정말이지 모든 상황이 편안할 때라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정수 2010/01/29 23:01 #

    저도 사실 코맥 매카시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정영묵씨가 번역을 말끔하게 해줘서 안심(?)하고 읽긴 했는데
    다른 작품은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말씀처럼 편안한 상황이 아니라면 더욱더.
  • 영화처럼 2010/01/29 08:08 # 답글

    한 인터넷서점에서 이 책을 선전하는 문구로 "성경에 버금가는(?) 책"이라 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읽고 싶기도 했구요.
    하지만...but...우리나라에서 책이 흥행을 치기도 전에 미국에선 영화로 나와 벌써 책표지엔 영화포스터가 한번 휘감고 있잖아요.
    그런 책을 보니 읽고 싶은 생각이 딱~! 사라져버린건 뭔지...
    "책을 읽어주는 남자"는 영화보다는 책을 읽어보자고 극장값보다 싸게 책을 사서 아주 감명깊게...영화보다 더 생생한 이야기에 감동되었는데...
    이 책도 그럴까요?
    정수님이 읽어보신 책이라니 저도 머지않아 장바구니에 이 책을 담을 듯(?)^^ 합니다.^^

    정수님~
    여기 부산은 벌써 봄이네요.
    아침바람도 따뜻하기만 합니다.
    건강하세용~
  • 김정수 2010/01/29 23:05 #

    '성경에 버금가는 책'이라는 문구가 저도 솔깃해서 읽게 되었어요.
    인간은 최악을 경험해야 버리는 방법. 사랑하는 방법. 소중한 이를 발견하는 능력이 생기는가봐요.
    그 경험을 소설로 간접 경험하니 1~2만원이 아깝지 않죠.
    그런 의미로 이 책을 홍보한게 아닌가 생각이 되어 지더라고요.

    말씀처럼 책과 영화가 서로 공존하며 같이 흥행하는 방법도 상업상 괜찮을 듯 싶네요.
    전 책을 상술에 이용하는 출판사가 약아 보이긴 해도 그렇게라도 한국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면 굳이 나쁘다고 생각치 않는 사람중에 하나에요^^;;

    주말이예요. 건강하고 편안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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