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스케치 하듯 그려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그때 새삼스럽게 그리스 사람들이 인사하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인이 예의를 갖추기를 좋아하고 애매한 미소 짓기를 즐기는 것처럼,
미국인이 악수와 소송하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프랑스인이 포도주와 하워드 혹스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리스 사람들은 인사하기를 좋아한다. 아침에 장을 보는 시간이나 저녁 무렵의
커피 마시는 시간에 길을 걷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인사의 홍수이다.
(중략)
먼저 두 사람은 각각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이쯤에서 됐을까' 싶은 거리를 가늠하여,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카리 메라(잘 지냈어)'가 시작되며 빠른 말투로 일련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가볍게 살짝 뒤돌아보는 느낌으로 '야 스'라고 말하며 헤어지는 것이다.
나는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인사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사의 달인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스 '미코노스'에 머물렀을 때 에세이 中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부터 3년동안 그리스와 로마,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등을
가볍게 상주하듯 여행하면서 있었던 정말 소소하게 부딪쳤던 일상들을 터치하듯
그려낸 에세이 집이다.
하루키가 먼 곳에서 북소리에 이끌려 여행을 했다는 서두로 이 에세이집은 시작되고 있다.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아. 나도 떠나고 싶다'라는 울림이 부러움처럼 밀려왔다.

거창하게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은 단체관광을 떠나는 일원이 된 듯해 뭔가 떨이로
밀려나는 기분이라 읽을 기분이 나지 않는데 이 책은 하루키가 겪었다는 신뢰감이
(그처럼 덤덤히 솔직한 사람도 없으니까) 기본에 깔려서 그런지 정말 편안하게 읽었다.
읽으면서 그와 함께하는 여행지와 사람들의 인심은 글이지만 표정과 풍경이 살아 숨쉬었다.
인용한 본문 '미코노스' 글을 읽을땐 너무 웃겨서 콧물까지 새어 나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성실한 소설가다. 먼 북소리에 이끌려 여행을 시작했다고
충동적인 서두로 시작하고는 있지만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의뢰받은 원고들과 번역들은
일찌감치 출판사에 맘 편히 보내줬고, 금번 여행에서도 자신의 소설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인 셈이었다. 그는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꾸준히 번역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꼬박 하루종일 원고를 쓰거나 번역하지 않으면 달린다.

책을 쓸때는 특히 자신의 글을 쓸때는 '죽음'을 염두에 두고 쓴다.
완성때까지 죽지 않기를 원한다. 정말 특이한 작가다.
죽음의 이미지를 실시간 긴장하며 쓴다고 고백하는 대목을 읽을 때는 묘한 기분에 휩싸여서
'난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 않아 미안해'라는 생각마져 들었다.
흠.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그가 더 좋아졌다.
삶을 바라보는 진지한 자세는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달리 보이는 법이다.

아무튼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여행은 거창한게 아니야. 여행가서도 난 일을 했다고.. 관광이 아니었어.. 라고 말하는 그의 에세이집이다.
여행은 비수기에 떠나는게 좋을 거라고 확실한 결심이 서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그리고 또하나, 이 에세이집에서는 그의 대표작의 탄생된 경위를 찾게 되는 소득이 있다.
그러니까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는데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 그리고..여행은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덧글

  • zzomme 2009/11/27 08:36 # 답글

    하루키 에세이는 그런 맛이 있는 것 같아요. 하루키가 F심 연필을 쓴다는 에세이를 보고 나서 저도 연필은 F심이지! 할정도였으니 여행에세이는 그 영향력이 꽤 커서 그래 신혼여행은 무조건 그리스로~~ 이런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 김정수 2009/11/27 11:17 #

    동감이예요^^
  • chocochip 2009/11/28 01:15 # 답글

    정수 님의 도서 리뷰는 항상 그 책을 꼬옥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서 좋아요. 회사 2년 반 정도 다니던 중에 너무 정신이 없어 모든 것에서 떨어져나가 그저 일만 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블로그, 정말 2년 만에 오는 듯 합니다. 여전하게 긍정적으로 앞을 바라보며 건강히 사시는 듯 해서 좋아요. 참, 큰 아이 수능 끝나셨다니 마음의 짐 놓으셨겠어요.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습니다. ^^
  • 김정수 2009/11/28 10:38 #

    넘치는 칭찬 감사드려요. 솔직하게 감상문을 쓰는 편이예요.
    요즘 많이 바쁘셨나봅니다. 저도 회사일에 집안일에 늘 시간에 쫓기며 살지만 나름 내 생각, 내 주관을
    잃지 않고 사려고 정신차리고 있어요. 늘 마음 챙기시고 건강도 유지 잘 하셔야 해요.
    아셨죠?
    저희 아이도 수능결과가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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