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도가니. 책읽는 방(국내)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 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지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로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다.


본문 中



이 소설은 안개도시 '무진'에서 벌어진 한 '청각장애인학교-자애학원'에서 벌이진 실제 사건과
소송을 그리고 있다. 지적장애인인 아이들을 상대로 벌어진 성폭행, 성추행, 폭행(린치), 온갖 말로는
차마 읽기도 곤란한 쓰레기같은 이야기들이 학교라는 신성한 장소에서 그것도 교장, 교사, 기숙사교감
할 것없이 똘똘 뭉쳐 힘없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이야기다.

그들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정부자금을 뻔뻔히 자신의 주머니에 챙기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돌아갈
몫은 신경도 안썼다.
뿐만 아니라 돌봐줄 곳 없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발정난 '개'처럼 아이들을 상대로 성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은 가진자(돈과 권력)로써 손만 벌리면 얼마든지 돈으로 성을 살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없고 순수한 아이들을 폭행하고 성욕의 대상으로 일삼았다. 그것도 초등학교때부터 지속적으로..
여자, 남자를 구분없이 성적 노리개로 일삼는 글을 읽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감출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외음부에 심한 파열과 손상으로 산부인과에서 치료가 힘들정도로 황폐화된 상태였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그들은 뻔뻔스럽게도 외관상으론 할렐루야를 외쳤다.)그럴 수 가 있는지
읽는 내내 흥분의 도가니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이렇게 타락할 수도 있구나..

맞다.
이 소설은 이 광란의 성적 도가니 속에서 휘둘리는 아이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늘 그렇지만 정의는 외로운 것 같다. 진실과 정의는 당연히 이기기는 커녕 거짓말로 똘똘 뭉친 사람들에게
완패하기도 한다. 그런 처참한 내용이 공지영씨의 글로 표현된 내용을 옮겨본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기간제 교사, '강인호'의 마지막 행동에는 정말 유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일원이란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더더욱 씁쓸한 기분이다.

아내의 도움으로 기간제교사로 내려간 '강인호'는 대학시절 선배 서유진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인권운동쎈터'에서 일하는데 아이들 편에 서서 진실을 폭로하려는 데 강인호와 함께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권력의 힘'앞에 좌절을 거듭한다.
결국 '강인호'는 아내의 설득에 의해 결전의 날 도주하지만 서유진은 그렇지 않았다. 끝까지 그들 곁에서
그들을 변호하고 나약한 존재지만 당당히 남았다.
멋지게 등장하는 '서유진'이란 이 여자가 난 정말 대단해서 감탄을 연발했다.
역시 여자는 남자보다 강하다.
그녀는 결국 빙하앞에 망치 하나 달랑 들고 덤벼들었지만 결코 포기란 것을 모르고 지속적으로
외쳐댔고 그 외침은 여론과 힘없는 장애아들과 가족, 그리고 뜻있는 언론과 합세하여 작지만 진도를 보인다.
마지막까지 진실이 덮혀지는 억울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한가닥 위로가 되서 기쁜 마음이다.

그녀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 거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무턱(?)대고 덤볐던 것은 그녀 자신을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대목에서 정말 콧등이 시큰해졌다.

우리는, 나는.. 얼마나 현실에 타협하고 사는가.. 정말 반성이 된다.
공지영씨는 역시 현실에 깊숙히 관여하여 대안을 찾는 몇 안되는 한국의 훌륭한 소설가다.






덧글

  • 2009/10/20 15: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9/10/20 21:34 #

    연재될때 읽어보셨군요. 사회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을 귀찮다고, 내 일이 아니라고, 그냥 넘어가는
    관념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겐 고통으로 남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어요.ㅡ.ㅡ
  • 강물처럼 2009/10/21 21:21 # 답글

    휴..리뷰를 읽는것만으로 가슴이 벌렁벌렁...ㅜㅠ...
  • 김정수 2011/08/23 19:12 #

    놀라운 일이죠.. 영화로도 나왔다는군요. 9월 개봉이래요.
  • 귀비 2009/10/22 03:48 # 삭제 답글

    그 어떤것으로도 용서할수없는 일들이 만연해있다는것 참 슬픔일이 아닐수없네요
  • 김정수 2011/08/23 19:13 #

    맞습니다. 개탄할 일이죠.
  • 옥탑방연구소장 2011/08/23 20:34 # 답글

    진실이 외면받지 않는 시대가 빨리오길 .... 관심을 가져주셔셔 감사합니다.
  • 김정수 2011/08/23 22:18 #

    책으로도 기회되시면 읽어보세요. 좋은 시간이 될 겁니다.
    공지영씨가 워낙 글을 생동감있게 쓰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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