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멀어지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일상 얘기들..





어머니 연세가 80십을 바라보시면서 눈에 띄게 거동이 느려지셨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해지신 뒤로는 주기적으로 정형외과에서 뼈주사를 맞고 오시는데 빠른 효과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가. 걸음거리 뒷태가 불균형적이다.

'비장비대증'으로 최후의 검사인 유전자검사까지 마쳤지만(정말 상당히 지치는 검사였다)
치료불가능이란 진단을 받은 뒤로는 민간요법으로 곶감과 대추를 끊이지 않고 다려 드시는데,
약간의 효과만 있을 뿐 소화불량으로 여전히 불편해 하신다.
그런데 이상하게 고기는 유난히 좋아하셔서 성인 1인 분량이상을 드시는 것도 부족해
후식으로 냉면까지 주문하실땐 솔직히 속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젠 나나 남편이나 말리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못드시고 속상해 하시는 것보다
드시고 싶은거 양껏 드시고 노후를 맘 편히 보내시게 해드리는게 도리인 듯 싶어서 였다.

그런데,
느려진 것은 건강나이는 물론이고 사고력,판단력도 예전같지 않으시다.
당신이 말씀하신 것도 종종 번복하신다.
되감기식 말하는 것이 질색인 나로써는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없다.

잦은 감기, 관절염,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달리하며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으시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다'란 표현을 하신다. 그것은 죽음이 두렵다 반증이란 걸 난 알고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나이가 들 수록 나는 가벼워지는 줄 알았다.
요즘 나는 어머니에 대하여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게 아닌지.. 두려움마져 들기까지 한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5명이 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네 의원에서 예방접종 백신이 나왔다는데
왜 에미는 식구들을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채근하신다.
큰애 고등학교에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건만
어머니는 마치 백신비용이 아까워 맞추지 않는 에미로 몰아세워 기가 막힐 지경이다.
타미플루는 예방 백신이 아닌 치료제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동네 의원에선 뭐라고 할머니들을 선동한 것인지확인해 봐야 겠다. 참 힘들다.

뉴스사회면에서 일부 소수층의 극한 범죄가 보도되면 당장 아파트 문앞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인양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남부지방에 소나기가 온다고 보도를 얼핏 들으시면 큰애 등교길에 우산을
안줬다고 아무리 우리는 중부지방이라고 얘기해도 이해하신 듯 하다가 또 걱정하신다.

출근을 하면 잠깐이지만 탈출한 마음에 편안해 진다.
하지만 이내 너무나 나약해지신 어머니를 방관한 죄책감에 무거운 기분에 휩싸인다.
그렇다고 회사란 곳이 놀고 먹으며 월급받는 곳도 아니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전선 인지라 그 속에서
갈수록 내 머리는 둔화되는 현실 때문에 서서히 한계를 실감한다.

이제 그만 회사를 정리하고 어머니에게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먼 미래가 아닌 바로 내일 당장이라도 결정해야할 일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되어진다.




덧글

  • 간이역 2009/08/26 12:01 # 답글

    신종플루가 노약자와 20대 미만들에게 제일 치명적이라고 하더라고요....저도 막둥이라 제 또래의 어머니들보다 연세가 많으신 편인데 걱정이죠,.
  • 김정수 2009/08/27 09:02 #

    정말 걱정이예요. 11월에 예방접종을 노약자와 학생들 위주로 1차 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정말 조심해야 겠습니다.
  • 2009/08/26 16: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9/08/27 09:03 #

    고마워요. 폐렴예방접종을 그렇게 얘기했더군요. ㅡ.ㅡ;;

    저도 아직 수양이 덜 된 모양이예요. 한참 멀었나봐요.
  • 엘리 2009/08/27 09:27 # 삭제 답글

    김정수님.. 맘 아프신게 느껴져요..
    뭔가 찐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다른 드릴 말씀이 생각나지 않네요.
    힘내세요.
  • 김정수 2009/08/27 21:49 #

    고맙습니다. 맘 전달되었어요..
  • 홧트 2009/08/27 22:30 # 답글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김정수 2009/08/28 08:16 #

    언제나 생활은 작은 변화가 모여서 이루어 지는 거니까요. 열심히 생활해 볼께요^^
  • 김종순 2009/08/28 18:48 # 삭제 답글

    친정엄마 이야기를 하는것 같이 공감이 가네요.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김정수 2009/08/29 21:56 #

    감사합니다. 공감하는 것도 위로가 되는군요.
  • 오즈 2009/08/28 21:50 # 답글

    아...남의 일이 아니네요. 저희 모친도 일흔 하나신데.. 어머니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맘, 십분 이해합니다.
  • 김정수 2009/08/29 21:57 #

    ㅜ.ㅜ 연로하시니까 제가 많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2009/08/30 21: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9/08/31 21:03 #

    그래요.. 고맙고 위로가 충분히 되요. 다 받아드리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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