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세계를 믿어? 믿어! / 꿈꾸는 책들의 도시.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좋은 문학은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기가 드물지요. 최고의 작가들은 가난하게 살다 죽습니다.
조악한 작가들이 돈을 벌지요. 항상 그래왔습니다. 다음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인정받을 작가의 재능이 저 같은 에이전트에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때쯤 가서는 저도 이미 죽어 없을 텐데요. 제게 필요한 것은 하찮더라도 성공을
거두는 작가들입니다.'


본문 中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다 읽고서 책 표지를 쓰윽 문질러 보다가
코 끝으로 가져와 킁킁 대 보았다. 물론 깨끗이 제본된 책에서 어떤 냄새가
날리가 없었지만. 마치 주인공 공룡'미텐메츠'와 책들의 도시 지하 부흐하임세계에서
모험을 하고 돌아온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였다.

그만큼 이 소설은 완벽히 환타지와 허구가 짜임새있게 담겨져 있다.
한번 1권의 첫 장을 넘겼다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일상의 일과가 거추장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게다가 일러스트는 얼마나 사실적인지(발터 뫼르소가 직접 그렸다니!)..
이렇게 허구스런 소설에 몰입하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환상 속에서 구상을 했을지 생각하면 그는 천재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주인이거나.(응?)

주인공 '힐데 군스트 폰 미텐메츠(주인공이 공룡이라니, 처음에 얼마나 어이없었던지)'는
어느날, 자신의 대부시인이 유언과 함께 남겨준 한 원고를 읽게 되는데 그는 그만
오름의 경지(이 책에서 오름이란, 한사람의 작가가 최고의 글을 쓸 수 있는 경지를 뜻한다)를 경험한다.
대부시인의 유언대로 우리의 주인공 공룡은 미지의 부흐하임으로 떠난다.
왜냐하면 그 최고의 글을 쓴 작가를 만나야 오름을 얻을테니까.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은 정작 오름이 있는 도서들은 찾을 길이 없다. 왜냐하면
오직 죽은 작가만이 유명해지는 기괴한 현실이 공존하기 때문이었다. 그 오름의 원고를
에어젼트인 '스마이크'에게 보여주고 그는 '천재시인'이 당했던 그 코스인 부흐하임의 지하세계로 추방되고야 만다.
'책사냥군'들이 득실대는 무시무시한 암흑세계로..! (이때부터 완전 흥미진진)

우리의 공룡 주인공 '미텐메츠'는 진정한 책사냥군'레겐샤인(노루개)'의 예언도서를 따라 비좁은 죽음의 공간인
지하세계를 헤집고 다닌다. (공룡이 덩치가 좀 큰가. 정말 상상만 해도 웃긴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흡혈괴조를 따돌릴때는 얼마나 잼있던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흥분하기에 충분했다.

지하에는 온갖 잔인한 책사냥군들이 득실대지만 진정한 괴물들도 존재한다.
'부흐링족'이 그것인데, 지하세계의 생태에 걸맞게 변형된 모습이 처음엔 괴기스러웠지만
자꾸 보니 은근히 귀엽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들은 마지막에 '미텐메츠'를 도우는 결정적인 역활을 한다.
지상에선 숨을 쉬기도 힘든 존재들이 그를 도우러 올라온 것이다.
그것은 목숨을 건 친구에 대한 우정이었으며, 또한 오름을 얻은 친구를 도우려는 선의였다.
그리니 나는 정확히 따지고 든다면 주인공은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부흐링족은 완벽히 책을 외우고 또 외우고 완독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것이 습관이란 점이다.

잼있게 읽다보니 한가지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 천재시인인 '그림자제왕'을 지하로 내몰았을까.
왜 그렇게 흉직한 모습으로 세상 밖에서 살지 못하게 했을까.
그것은 종반부에 천재시인의 회상부분에서 궁금증을 풀어준다.


'문제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많은 돈 말이다!-흠 없는 훌륭한 문학은 필요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한 것, 덤핑 책, 파본, 대량 서적들이란 말이다.
많이, 점점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점점 더 두꺼우면서도 내용은 별것 없는
책들 말이다. 중요한 건 잘 팔리는 종이지 그 위에 쓰여 있는 말들이 아니거든.'



이 대목에서 저자는 단지 허구와 환타지만으로 꾸며진 이 소설의 종결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듯해 씁쓸한 기분마져 들었다.
오름의 경지를 깨달은 작가들의 최초 등용문인 출판업계에서 등을 돌린다면..
또 진정한 문학입문과정이 단지 학벌로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진정한 책들의 의미, 작가들이 탈고를 하듯 벗겨낸 진정한 글들이 세상에 빛을 발하고 살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름의 경지에 오른 글들을 매일매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드리고 살아가는 부흐링족 같은 독자들이
수도 없이 넘쳐나길 바라는 것이다.

난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고 책을 덮었다.




덧글

  • 하늘처럼™ 2009/08/21 08:58 # 답글

    읽는 내내 머릿속에 지하지도며 괴물들을 그려냈었어요..
  • 김정수 2009/08/21 08:59 #

    읽어보셨군요? 저도 공룡 '미텐메츠'를 따라다니며 끝도없는 지하세계의 지도를 생각하고는 했답니다.^^
  • 앙큼고양 2009/08/21 19:26 # 답글

    궁금한데요......
    한달에 책을 몇권 읽으시는지...

    가끔 올때마다 수없이 올라온 책들에 대한 이야기..
    놀라워요~ ^^*
    제가 너무 게으른건가요. ㅎㅎ
  • 김정수 2009/08/22 20:50 #

    책들을 꾸준히 읽다보니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은 집안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요. 화장실에도.. 거실에도.. 책상위에도.. 쇼파위에도.. 식탁위에도..^^;;;
    식구들도 별로 거추장(?)스럽게 생각하지 않고요.
    자연 많이 읽는 편이 되는거죠.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꽃가루노숙자 2009/08/22 13:45 # 답글

    박스로 나왔군요. 전 단권씩 샀는데 박스가 있을 줄이야....
    그나저나 이책에서 가장 부러운 점은 파본 책을 고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것. 그 기술 써서 고치고 싶은 너덜한 책들이 많아서 말이죠.(아끼는 책들인데 역시 시간의 흐름은 어쩔수가 없어서리...)
  • 김정수 2009/08/22 20:52 #

    책을 굉장히 아끼시는 군요.^^ 흐뭇한 모습이네요.

    권당 나오다가 박스로 최근에 나온거에요.
    자도 처음 접했는데 매력에 푹 빠졌다니까요? ^^
  • 꽃가루노숙자 2009/08/22 21:26 #

    굳이 나누자면 책을 모으는 장서가 타입이죠. 그 때문에 사놓고도 우선 책장안에 쟁겨만 두느라 못 읽고 있는 게 많기도 합니다, 읽으려면 손 씻고 조심조심 봐야하니까요.(...)
  • 김정수 2009/08/23 14:15 #

    손 씩고 조심조심.. 하하^^
    그대목에서 웃음이 팍 터졌습니다.
    한번 구경하고 싶어지는군요? ^^
  • chokey 2009/08/22 17:39 # 답글

    발터뫼르스의 차모니아 4부작 모두 재밌답니다. 읽을때마다 어딘가에 차모니아가 있을것만 같은..
  • 김정수 2009/08/22 20:52 #

    맞아요..^^ 책 속에 빠지니 그런 착각도 생기더라고요.^^
  • mONg 2009/08/22 23:36 # 답글

    저는 이거 진작에 읽었답니다. ^^ 출판되자마자 샀던것 같아요.
    이런류의 책들을 잘 접해본 적이 없어서 머릿속으로 그 이미지들을 그려내는데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흐음...
    정말 요즘은 제대로 된 책 고르는게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더군요.
    나름 책 정말 잘 고르고 많이 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옛날만큼 고심할 여건이 안되서 그런지 4권 중 2권 정도는 잘못 골랐다 싶은것들이예요...
    하여...ㅋㅋㅋ
    정수님 블로그 다시 탐독! 이 안에서 책정보들 솔솔 얻어 갑니다. ㅎㅎㅎㅎ;;;;
  • 김정수 2009/08/23 14:16 #

    맞아요 .요즘은 워낙 출판업계의 광고상술이 뛰어나서 저도 몇번 실패를 거듭하곤 합니다.
    그래서 서평들을 좀 읽어보고 고르곤 하죠.
    제 블러그에서 책 선택을 하신다니 기분이 참 좋아지는군요.^^
    감사합니다.
  • 이너플라잇 2009/08/24 12:41 # 답글

    저도 요즘 책 고르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예요..그래서 저는 광고보다는 그것을 읽은 사람들의 서평, 블로그 평...
    이런 것을 많이 많이 살펴보고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도 소설이라는 것은 시간을 많이 들이고, 심취해야 하기 때문에
    고르는 데도 신중해야 하는 거 같아요...
    광고상술의 과대포장과 허위포장은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어요...
  • 김정수 2009/08/24 17:32 #

    그렇죠. 과대광고(일명 낚시광고라고도 하죠? ^^;)는 독자들을 희롱하는 기분마져 든다니까요.
    1~2만원을 쓰더라도 가치있는 책을 고르는 선택은 독자의 몫인것 또한 사실이지만요.
    아무튼 어렵네요. ^^;
  • jmama 2009/08/25 04:45 # 삭제 답글

    제목에 필이 꽂혀 몇 년 전에 사두고는 책장에 고이 간직하고만 있답니다. ^^

    처음 책을 구입했을 때는 박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뒤늦게 서점에 찾아가서 박스도 구해 달라 떼(?)썼던 나름 부끄러운 기억이 나네요. ^^:
  • 김정수 2009/08/25 08:10 #

    그러셨군요^^ (귀여우세요!)

    언제 기회되시면 꼭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일상이 귀찮을 정도로 빠져드실 거라 믿습니다.
    저도 상상 이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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