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안 되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를 쓴다고 했다. 본문 中 오랫만에 단숨에 책 세권을 읽은 듯하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난 자꾸 아가사 크리스티로 읽었다;;)'는 확실히 준비된 작가임에 틀림없다. 독자를 휘롱하다 못해 모순의 함정 속에 빠트린 것을 기뻐하는 범죄자같기도 하다. 아무튼 최고다. 이렇게 혼돈과 혼란 속에서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본적이 얼마만인지 흐뭇하기까지 하다. 자전적 성향이 분명 들어간 소설이라는 느낌이 1권부터 사실 낌새가 왔다. 그녀의 작품을 다루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란 것은 소설의 주인공 '쌍둥이 형제'의 연대기를 다루는 기법에서부터 칭찬을 안할 수 없다. 점령군(나치)로 인해 시골에 맡겨진 '쌍둥이 형제:클라우스와 루카스)'에 대한 성장기(15세까지)를 다루는 1권은 객관적 시각으로 시작한다. 잔인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소년들을 지켜보는 나는 폭력적이고 대담한 아이들의 절제에 할말을 잃었다. 게다가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대목- 아버지를 지뢰의 먹이로 남기고 군경계선을 넘는 클라우스를 보내는 쌍둥이 형제를 바라볼때는 정말 최고의 잔인성에 치를 떨었으니까.. 그렇게 서둘러 2권을 만나자마자 1권 속 이야기는 거짓이었음을.. 혼란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메롱'거리고 도망치는 아이를 기가 막혀하며 바라보는 어른의 심정이 이럴까? 흠.. 이때부터 나는 혼란 속에서 2권을 뒤죽박죽 읽었는데, 놓친 가사를 찾는 사람처럼 테잎을 되감았지만 오리무중 속에 빠졌고, 그냥 강물에 몸을 맡기듯 끝까지 읽어보자고 포기하며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약간은 화가 나기도 했다) 3권에 이르러서야(그것도 마지막 1/3 을 남기고서야)저자의 꼼수를 파악했고 무릅을 치며 감탄했다. 그러니까 쌍둥이들의 비밀노트는 그들의 진실이자 삶의 모순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치밀하고 멋진 작가를 봤나. 2차 세계대전이 준 큰 상처는 누구나 기억된다. 하지만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개인의 상처들은(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또다른 삶의 전쟁처럼 이어갈 수 밖에 없고 그 상처들을 아물게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소설 속 쌍둥이들은(아니 바로 저자는)글을 쓰는 것으로 치유하려 한다. 하지만 옮긴 본문의 내용처럼 솔직히 상처를 바라 볼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에 (또 나을 상처도 아니기 때문에)자신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쓸 수도 없고 전쟁이 나지 않았더라면(또는 내게만이라도 그 불행이 없었더라면)희망사항으로 적지도 못하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책을 다 덮고 책장에 꼽으며 문득 삶이란 어쩌면 온통 모순투성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이 확실성이란..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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