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정수 / 청구회 추억. 책읽는 방(청소년,초등)






그 소풍 이후 약 보름 가량을 나는 그들을 결과적으로 농락해오고 있었으며,
그날의 내 행위 그것마저도 결국 어린이들에 대한 무심한 '장난질'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왈칵 나의 가슴 한 모서리에 엉키어왔다.

..


우리의 삶은 수많은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모든 추억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만나는 곳은 언제나 현재의 길목이기 때문이며, 과거의 현재에 대한 위력은 현재가
재구성하는 과거의 의미에 의하여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억은 옛 친구의 변한 얼굴처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이 추억의 생환生還이란 사실을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본문 中



'청구회 추억'이란 이 책은 1969년 남한산성 육군 교도소에서 사형수로 있을때
(즉, 아무런 삶에 의욕이 상실되고 공허한 상태)쓴 이야기다.

1966년 당시 숙명여대 교수였던 저자는 서울대학교 문학회의 초정을 받고
서오릉으로 한나절 답청놀이를 가던 중에 여섯명의 아이들과 우연히 동행하게 이르른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저자의 애정을 시작으로 그들의 만남은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에
(장충체육관)이루어 진다.

청구회는 독서에 가장 힘을 쏟았다. 매월 책 한 권을 모임도서로 기증했고, 아이들도 각자 책 한 권을 모아
’청구문고’를 만들어 나간다. 매월 사제간의 만남 전에 아이들은 매주 만나 독후감을 나누고 어려운
일들을 의논한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이 모임은 그들에게 큰 희망으로 비쳐진다.
약속시간 1시간전부터 스승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짜릿한 전율마져 생긴다.
왜 자꾸 요즘의 아이들과 비교가 되는지..
모임은 대략 2년여 남짓(저자가 체포되기 전까지)이뤄지는데 서로를 배려하는
사연들을(육군병원 문병사연이나 교수의 집에 초대를 부담스러워 가지않던 아이들의 심정등..)
읽을 땐 가슴이 찡하게 울려왔다.

이런 모임을 혁명을 조장하는 모임으로 왜곡했다니..

군사정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신영복교수는 사형이 자명한 상태에서
청구회(결국 모임 명칭을 학교이름으로 땄단다)의 추억으로 갈무리하려 결심했던
마음에 숙연한 기분이 제일 먼저 든다.

이 책을 읽기는 수월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당시 가난한 어린이들과 대학교수간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추억담으로 읽기엔
그 무게가 시대적상황과 맞물려 마치 내게 떨어진 불똥이 아니라 다행인듯 눈을 감아버린
죄책감마져 든다. 그것은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너무 가난한 미래를 예측하기도 힘든 여섯 청구회 어린이들과 아무것도 부족할게 없는
대학(당시 숙명여대)교수와의 순수한 만남이 - 가장 이상적이고도 순수한 사제관계가 -
군사정권만의 해석을 토대로 사회주의 혁명으로 왜곡되고 혁명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진도가 나가 사형에 이르른다. 사회적판단이 어떻게 굴절되고 왜곡되는지 참담하기까지 하다.

사실, 청구회추억은 수필 형식으로 신영복저자 본인에게 보내는 글이다.
현대에 사는 독자들은 절박한 상황이지만 짧고도 회고적인 그의 글 속에서 많은 부분
당시의 가난상이 보이고 당시의 사제간 풍경이 그려낼 수 있다.

아쉬운 독자들을 위해 뒷면엔 후일담도 아쉽게나마 첨언되어 있다.
당시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은 육십이 다들 넘었을 텐데..
저자가 보여준 가난한 아이들과의 관심과 진정성이 가슴을 울리는 책이다.




덧글

  • 간이역 2009/07/25 14:28 # 답글

    청구회..저는 잘 모르지만 음...관심을 누군가에게나 보여야 하는 것-특히 약자나 비소수에게 관심을 돌려야 하는 건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해야할듯해요
  • 김정수 2009/07/25 21:09 #

    맞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제일 문제라고 하죠. 그 중심은 선생님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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