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쳤다'란 말은 의사들이 쓰는 말이 아니다. 환자의 차트에 그렇게 기록하지는 않는다. 보통 쓰는 말은 '치매'다. 더 구체적으로는 '망상'이다. 어머니의 정신이 곤두박질하던 초기에 나 역시도 많이 쓰는 말인 '섬망'이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할 때 '미쳤다'고 했다. 이 말에는 같은 뜻을 가진 다른 전문용어보다 분노가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중략) "사람들이 어머니는 어떠냐고 많이 물어. 그런 말을 들으면 난 막 소리를 질러 주고 싶어. '미쳤어요. 네, 우리 어머니는 미쳤어요. 아시겠어요? 그 여자는 완전히 미쳤다고요.'하고 말이야." 본문 中 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내년에 80십을 바라보신다. 어머니가 75세를 넘기면서부터는 시린 가슴을 쓸어내리기를 한 해에 한 두번씩 큰 행사처럼 치루곤 한다. 지금은 어느정도 그 큰 행사(?)에 각오가 비상사태처럼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각오를 하며 읽어야 할지.. 스스로 질문을 하며 그렇게 자신없게 책장을 열었다. 처음에 난 '어머니를 돌보며'란 이 책을 어찌나 겁을 먹고 봤는지 '어머니를 보내며'로 읽히는 착각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육십을 바라보는 글쓰는 직업을 가진 딸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현실적으로 부딪친 상황들을 기록한 글이다. 내용들이 지나치게 감상에 빠져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아주 냉정하게 의사처럼 관찰자 입장에서 기록한 글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녹내장'이라는 치명적인 병을 지닌채 어머니를 돌본다. 기가 막히는 현실이다. 한때는 의학용어를 외우고,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직원들의 근무일지를 관리하고, 칼 같은 옷매무새를 자랑했던 어머니가 인지능력이며 지적 능력이 완전히 파괴되는 과정을 읽을 땐 나도 똑같이 그녀처럼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도 잠시, 망상과 혼돈을 거듭하는 어머니를 돌보며 차라리 어머니의 삶이 시한부로 정확히 알고만 있었다면 낫지 않을까..란 생각마져 들었다. 터무니없는 망상과 엉킨 기억 속에서 사는 어머니를 서서히 인정하는 막바지 과정을 읽을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입 속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그렇게 7년동안 어머니를 돌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폐허더미같은 어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 뿐이었다. 죽음이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지 다양성만 존재할 뿐 인간은 누구나 예외없이 죽는다. 본문에 이런 글이 있다. 큰일을 당한 사람이 "왜 나여야 하지?"라고 묻는 것에 논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사람이 멀쩡한 정신으로 "왜 내가 아니지?"라고 물을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물음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다시 내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해 본다. 난 어머니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알고나 있는 것일까. 어머니가 여태 살아오시면서 말하지 못했던 '고독'을 알고나 있을까. 난 딸도 아닌데 말이다. 마음이 무겁다. 커다란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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