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건 살아 있다는 징표. 책읽는 방(국내)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어림도 없지.
하지만 날마다 연습하면 어느 순간 너도 모르게 어려운 역경들을 벌떡 들어 올리는 널
발견하게 될 거야. 장미란 선수의 어깨가 처음부터 그 무거운 걸 들어 올렸던 것은 아니잖아.
지금은 보잘것 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그리로 가보는 것....
조금씩 어쨌든 그쪽으로 가보려고 애쓰는 것. 그건 꼭 보답을 받아.
물론 네 자신에게 말이야."


본문 中


공지영씨가 작정하고 가볍게 일상을 터치(touch)하듯 그려낸 에세이집을 읽었다.
아니 읽었다기보단 그녀의 공감대를 같이 호흡했다고 말하면 정확할 것같다.
제목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다.

격동기를 몸으로 체험한 그녀가 일상을 가볍게 그려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늙긴 늙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니, 일부러 비켜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긴. 나 역시 한 해가 갈수록 집착하고, 강요하고, 내 원칙대로 되지않은 현실을 비판하고 고치려
들었었던 모든 과정들을 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그러나보다.. 젊어 그렇지.. 유영하듯
편승해 지나치곤 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그녀처럼 내공있게 쓸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속세에 깊이 관여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논리를 이해시키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녀의 글이 왜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까..생각해 봤다.
나같은 경우는 읽다보면 그녀의 생각들이.. 그녀가 지나쳤던 공간들이 많은 부문 일치하는 것 때문에
그런 듯 싶다. 예를 들어.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이들은 몇 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오래전 한 친구와 멀어지게 된 것도 아마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성 때문이었으리라.
"솔직히 나, 네 이야기에 이제 지쳤어.
설사 나쁘게 악화되었다 해도 좋으니 새로운 레퍼토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
그 뒤로 그녀와의 우정은 영영 깨지고 말았다.

(나도 잘 참다가 욱하고 터지는 이런 성격이 있어서 두고두고 후회하는 적이 종종 있거든..)

그런데 걸어가면서 얼핏 보니 버스 정류장 가는 길의 술집들이 이른 저녁부터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니, 나보다 더 빠른 강적들이! 하는 생각에 우산으로 얼굴을 슬며시 가리고 엿보니 벌써 빈 소주병들이
두어 개가 탁자마다 놓여 있었다. 참 이상하다. 그때 왜 내 마음은 살짝 흐뭇했을까.

(완전 공감했던 글.. ^^ )

이러니 내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공지영씨는 인기에 비해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힘들고 외로울 것 같은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하며 다니면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녀가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울컥 들었다.
그녀는 상처받은 과거는 살아있다는 징표라며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야 할터인데..






덧글

  • 하늘처럼™ 2009/06/29 13:26 # 답글

    동생이 선물 받아놓은 책으로 있던데..
    얼른 읽던 것을 해치우고(?) 집어들어야 겠어요..
  • 김정수 2009/06/29 13:28 #

    저도 어제 오후에 읽기 시작했는데 쉽게 쓰기로 작정한 공지영씨(?) 덕에 아주 금방 읽었어요.
    삽화도 잼있습니다.^^
  • 2009/06/29 17: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9/06/29 19:44 #

    와라락. 반가워요^^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너무 기분 좋으네요.
    곧 자유인이 되시겠군요^^

    상처받고 가슴아팠던 기억들이 과거에서 지워진다면 정말 행복했을까..
    생각을 가끔 해봐요. 아마 지금처럼 성숙해지진 않았을거라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상처란 것이 삶에서 그리 불필요한 것은 아닌것 같다..라고 생가이 들곤 합니다.
  • 2009/06/30 21: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9/06/30 22:09 #

    ^^* 건강히 잘 지내시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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