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 이응준 책읽는 방(국내)






"남조선 사람들 입장에서는 통일이 되지 말았어야 했어. 북조선 인민들도
덜 굶게 된 거 빼고는 기분 상하는 일들 투성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남조선식 자본주의는 부동산이야. 조선시대 양반 지주의 착취 때부터 땅에 한이 맺혀서 그래."

..


게다가 북한은 여타 사회주의 국가들과 나란히 전시해 놓기가 창피할 만큼
권위적인 체제였다. 고대의 유교 문화, 해방 이후 들어 온 공산주의,
김일성 부자의 주쳇상, 또 거기에 쇄국정책으로 말미암은 바깥 세계에
대한 인민들 각자의 무지함까지. 아 정말, 이보다 더 권위적일 순 없다.
그러니 가령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된 뒤 동독인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한계와 절망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된 뒤 이북 사람들이 겪고 있는
그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개 발바닥의 땀띠였다.

..


"내가 보기엔 말이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조선도 과학과 이상이 주도하는
사회가 아니야. 이남 사람들 역시 이북 사람들처럼 절대적인 것을 무작적 갈망하는
에너지가 흘러넘쳐. 그렇지 않고서야 기독교가 이런 식으로 번성할 수는 없는 거지."


본문 中


이 책은 가상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생소하게 시작되는 문장을 인내심있게 읽다보면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가 통일된 가상현실을 만날 수 있다.
역시 소설은 즐겁다. 미래를 미리 가볼 수 있다니!

어렸을 적엔 우리의 유일한 소원이 통일이었다. 지금 아이들도 그럴까?
그런데 어른이 된 뒤에 통일에 대한 인식은?
소원이라기 보다도 걱정이 앞서는게 솔직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세계 각국의 씽크탱크들은 한반도가 2025년께 통일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나의 통일 국가라기보다 모종의 남북 연합으로 탄생할 것이라 한다.
한반도는 여러 강대국들의 이권이 개입된 현실로 인하여 그리 호락호락한 남한의 계획대로 되기란
쉽지 않을거라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긴 한숨도 나온다.

어째되었든 이 소설은 근 미래 가상일, 2016년을 그리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조선인민공화국을 흡수통일한 뒤의 미래 현실은 과연 어떨까.
저자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고 관측한다.
아니 어둡고 더럽기까지 하다.
조선인민공화국에서 대우받던 주체세력들은 통일 후엔 우리가 알고 있는 조폭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살벌한 진짜 조폭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인민공화국시절 조선 노동당 최고위층 '홍혜숙'은 창녀로 변했고, 조선인민국의 자랑스런 최정예전사인
'리강'은 흡수통일 후엔 깡패로 변해 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의 최고위층 대접을 받던 인물들을 제대로 평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하자면, 남남북녀라는 말처럼 북한여자들은 단란주점에서나 대접받고
최정예 군인으로 대접받던 전사들은 깡패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2016년 통일 대한민국은 황폐하고 혼란스럽다. 그곳에서 이북 폭력조직 '대동강'의 동료
림병모의 살인사건이 터지고 거대한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소설의 살인 배경을 보면 축축한 습지대에 있는 듯 찝찝하고 거북스럽기 짝이 없다.
이북여성들을 고용한 고급 술집 은좌에는 '대동강'이 운영하는 유령회사를 거느리고 변형된 기독교형태를
갖춰 술집 지하2층과 3층은 땅굴이라고 하여 고문, 살인과 시신은폐를 감행하고 있다.

의문투성의 죽음을 파헤치는 통일 후 지저분한 모습들은, 읽는 내내 편치않는 기분을 선물받는다.
차라리 이럴거라면 통일을 거부하고 싶다.

자, 그렇다면 남한은 오로지 피해자일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원래 이렇게 변할 것이었는데 통일 때문에 극심해진 것 뿐이라고.
즉, 저자는 남.북한 통일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들의 책임전가식 속성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반도는 통일이 될 것이다.
이대로 아무 대책없이 지낸다면 저자의 예측은 아마도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게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참 우리는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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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6/24 11: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9/06/25 07:43 #

    오랫만이예요^^ 잊지않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가고 싶은 만남인데.. 직장을 다녀서요. 거리도 멀기도 하고.
    스케줄을 보니 회식이 또 잡혀있네요. ㅜ.ㅜ
    하지만 마음만은 가겠습니다. 꼭 필요한 좋은 분께 전달했으면 하네요.
  • 엘체이 2009/06/25 07:45 # 답글

    정수님 블로그에는 책이 가득하군요. 검색하다가 보고서 깜짝 놀랐어요 ^^
  • 김정수 2009/06/25 22:54 #

    제 유일한 여가가 '독서'인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엘체이님 제 독서록 중에서 읽고 싶으신 책이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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