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날이라 좋은 엄마. 일상 얘기들..





아내가 있는 집

- 김용택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어납니다 산그늘이 내린 강 길을
걸어 집에 갑니다 강물이 나를 따라오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을
내가 따라가기도 하고 강물과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오래
된 길에 나를 알아보는 잔 돌멩이들이 눈을 뜨고 박혀 있습니다
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어듭니다 깊은
강물 같은 붓꽃, 내 입술에 가만히 닿아 나를 세상으로 불러내던
첫 입술같이 서늘한 꽃, 붓꽃, 찔레꽃 꽃덤불도 저만큼
하얗게 피었습니다

물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붓꽃을
받아듭니다
나, 그리고 당신




..


유일하게 빨간 숫자가 아니라도 쉴 수 있는 날.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매년, 근로자의 날엔 가진자의 얼굴로 변신하여 애들을 깨우는데
"엄마, 좋겠다아아아~~"하는 표정을 아이들에게서 읽는데 기득권을 가진 사람인양 나쁘지 않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12년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휴일의 저주라며(공휴일이 번번히 주말에 끼어서)
년초에는 이런날이 올지 모르고 짜증도 났었는데 사실, 근로자들은 기업주들의 도량에 따라
징검다리 휴일은 다이렉트로 쉬게도 해주니 미리 걱정해서 득될게 하나도 없다.

애들을 보내고, 남편도 보내고(취미 생활^^), 어머니도 노인정으로 놀러 보내드리고
한동안 바닥에서 뒹구니 세상 편하다.
그러다 살포시 얕은 잠을 자다 깨기도 했는데 기분이 상쾌하다.
이건 집에서만 가능한 포만감의 일종이다.

그런데 장농 밑으로 얼핏 보이는 솜뭉치들. ㅡ.ㅡ;;
주부의 의무를 느끼는 순간이다.
날씨도 참 좋아 팔 걷어 부치고 애들 땀내나는 이불서부터 대청소를 시작했다.
시작은 미악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말씀도 있듯이 한번 시작한 청소는 의욕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윤기있는 집으로 바뀌었다. 으흣.

시험을 끝내고 들어온 용희의 한 마디가 완전 기분 짱으로 살려줬다.

"엄마! 새 집 같아요!"




덧글

  • 열매맺는나무 2009/05/02 16:22 # 삭제 답글

    한나절의 노력으로 새 집 장만하신 정수님, 축하드려요. ^^
    저도 학교다닐 때 노동절날 쉬시는 아버지 진짜 부러워했죠. 하루종일 우리와 함께 지지고 볶을 선생님들이 살짝 불쌍해지기도 했구요. 애들하고 씨름하는 것 보다 더한 노동이 사실 있을 리 없잖아요?
  • 김정수 2009/05/03 09:10 #

    맞아요. 애들과 씨름하는게 제일 큰 노동이죠.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쉬게 해주면 좋을텐데..
    애들도 선생님 덕에 하루 좀 쉬고 좋을텐데 말이죠?
  • 강물처럼 2009/05/12 18:43 # 답글

    아내란 안해라지요? 햇님처럼 완전 반짝반짝 빛을 내셨군요?^^
  • 김정수 2009/05/12 21:21 #

    이거 완전 주부들만이 아는 행복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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