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독서는 위험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니까. 가차없이 돌아보게 하니까.

언제부턴가 모든 게 책으로 보여. 세상도 사람도 모두모두.
중중이야.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아.

작가의 말 中


'위험한 독서'는 단편집이다.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단편 '위험한 독서'를 몇 페이지 읽다가 너무 글을 잘 쓰는
소설가를 만나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맞다. 김경욱씨 소설은 처음이다.
검증된 작가가 아니면 소설은 솔직히 읽기가 싫은 내 까다로운 성격이 이제야
이 작가를 만난 탓이라고 자위하면서 정말 흐믓하게 읽었다.
어느 한편도 맘에 들지 않은 작품이 없다.

이렇게 술술 글이 읽히기는 성석제씨 이후로 처음인 듯 하다.
또 이렇게 한 작가의 네트워크망에 걸리는 구나. ^^
인터넷 검색창에 그의 이력과 지난 작품들을 탐색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의 이번 단편집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드러나있지 않은, 또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고독'과 '슬픔'을 가진 인물들을 하나씩 꺼내어 독자들에게 탐독하고 속삭이고 있다.
알고보면 당신들의 두려움이었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방법이 독서라니 당신들은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상담자의 심리상태를 체크 한 뒤 '도서'를 추천하는 독서치료사가 나오는 '위험한 독서'는
처음 읽기에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히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읽다보면 단편집 대표주자로
내세울만 하다고 생각이 든다. 작가도 독자들에게 요구할 수 있다.

왜 책을 읽는 거니? 결국 자기 자신을 읽고 싶은거 아니었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본문에도 나오는 말처럼 독서로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두려움 없이 똑바로 바라보게
할 수는 있다. 그밖에도 많은 단편들이 하나같이 신선하고 술술 읽힌다.

술술 읽힌다는 것은 소재에 대한 노련한 판단력과 응용력이 뛰어나단 얘기다.
한마디로 프로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본다.
'고독을 빌려 드립니다'에서는 현대인의 결정적 고독에 대해, 기러기아빠에 대한 슬픔극복기를
느끼게 한다. 정작 놓치고 있고 소외감과 고독감이 흘린 커피자국처럼 우울하다.

실린 단편 모두가 훌륭하다. 익살스럽고 잼있는 단편도 있다.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를 읽을땐
이 작가 이런 면도 있네? 하고 낄낄댔다. 어느 한 단편도 고정된 소재가 아니다.
다양한 소재에, 독자들은 다양한 탐독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론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가 맘에 든다.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구도가 멋졌다. 첫사랑의 판단력이 주는 오해와 진실, 그리고 현실이
주는 절망감이 아마도 나같은 40대 여성독자들이라면 아름다운 공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책을 많이 읽으면 현실의 모든 상황들이 소설 속 어느 상황처럼 재연되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도 마찬가지다.
김경욱씨는 독서가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난 독서는 인생을 미리 사는 선행학습이라 말하고 싶다. 숱한 사연들과 생각들을 묵묵히
읽고 숙지하고 받아드리면서 자신을 편안하게 놔주는 연습이라고..

참 좋은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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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 2009/04/19 09:47 | 엄마 베스트셀러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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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reeze at 2009/04/19 13:23
설명을 들으니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어느 책을 읽다보면 잘 읽히면서도 뭔가 두려워 빠르게 넘기지 못하는 책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아마도 '가차없이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9/04/20 08:06
말씀처럼 자신이 읽어온 도서목록은 바로 자신의 관심사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돌이켜보면 흡수될 내용만 갖게 되는 것일테니 도서목록은 자신의 연대기란 저자의 표현도 맞다고 봅니다. ^^
Commented by 아이비 at 2009/04/19 16:30
티비에 나오신 거 잠깐 봤다가 덩쿨째 들어오셨죠. 위험한 독서는, 김애란, 박민규 다음으로 쑤욱, 아마도 전작을 다 읽게 될 법한 그런 작가가 되었어요. 요즘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다닙니다.
위험한 독서도 그렇고, 이 단편집의 제목들은 어딘지 담담하면서 도발적인 느낌이 들어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9/04/20 08:07
아 그러셨군요.^^ 저 그런 기회를 번번히 놓치니 부럽기까지 하네요.
앞으로 이 분의 책 좀 더 구경(?)하려고요^^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나디르Khan★ at 2009/04/22 01:35
저도 그그저께에 읽었는데 말그대로 반해버렸어요. 몇달만에 집어든 국내작가의 소설에 이렇게 빠져들 줄이야. 제목은 촌스러웠는데 말이죠. '위험한 독서'가 뭡니까 ㅎㅎ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9/04/22 10:59
그리고 디자인도 촌스럽죠? ㅎㅎㅎ
Commented by 이너플라잇 at 2009/04/22 15:04
저도 동감입니다..뭐랄까요...일상적인 소재에서 날카로움을 확 이끌어낼 줄 아는 그런 작가같아요..
일상은 똑같은데, 문제들은 늘 펼쳐저 있는데, 그가 건지고 엮어내면 새로운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그리고 <김중혁>의 글들도 그렇더군요...꼭 접해보셔요...좋아하실 거예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9/04/22 17:23
김중혁씨는 어떤 책을 내셨나요.
요즘 너무 정신없어서 콕 찝어주시는 책만 읽고 싶다는..
꾀를 부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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