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십 년만에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피를 팔지 못한 것이다. 집안에 일이 생길 때마다 피를 팔아 해결했는데, 이제는 자기 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니.. 집에 또 일이 생기면 어떻하나? 본문 中. '허삼관 매혈(賣血)기'를 읽기로 맘 먹은 사람이라면 '표제'에서 노골적으로 풍기는 익살과 해학의 재미가 담겨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소설은 읽을 때마다 어문의 어색함을 느낀다. 번역의 한계일까. 하지만 초반읽기의 불편함을 조금만 견뎌(?)내면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건 시간문제다. 이 소설은 표제에서 암시하듯이 '허삼관'이라는 남자가 '피(血)'를 팔아 삶을 지탱하는(또는 극복하는) 소설이다. 당시 중국의 현실은 쉬지않고 일을 해도 입에 풀칠도 간신히 하는 삶이었고, 근검 절약이 어쩔수 없이 몸에 벤 가난구덩이였다. 그런데 유일하게 목돈을 쥘 수 있는 방법은 피를 파는 일이었다. 한번 피를 팔면 삼십오 원을 받는데, 반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해도 그 돈을 모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피를 얼마나 팔아야 그 돈을 받느냐하면 두 사발 정도라 하는데 약 400밀리에 해당된다.(예전도 헌혈량은 비슷했나보다) 허삼관은 피를 파는 것이 건강의 징표가 된다고 생각을 처음에 했었고, 자신은 젊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목돈을 손에 쥐는 돈나무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원칙은 있었다. '피를 팔아 번돈'이라 칭하며 꼭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피를 팔러 '혈두'를 찾아간 것. 아내(허옥란)을 얻기 위해 피를 팔기 시작한 그는 연이은 사건들(제 자식인줄 알았는데 아내의 애인 자식-일락이가 대장장이 방씨의 아들을 돌로 머리를 찧었을 때)로 자신의 피를 판다. 배고파 국수를 먹기 위해 팔기도 하고, 간암에 걸린 일락이를 살리기 위해 석 달에 한번 피를 팔아야 한다는 규칙도 어기고 한달에 서너번을 피를 팔아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허삼관이 불쌍해 피를 팔다가 헛되이 죽음을 당하면 어찌하나 하는 조바심이 걱정으로 돌변하여 제발 해피앤딩이길 바라며 읽어 나갔던 것 같다. 이 책은 이렇게 그가 피를 팔아가며 양심껏 살고 싶어하는(도둑질은 하지 않았으니) 사내의 고집스런 '인생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예순이 되도록 피를 열 번정도 팔았고 그렇게 목돈을 손에 쥐었다면 부자가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입에 풀칠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보기엔 넉넉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었다. 찌질한 삶이 개선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되어지는.. 고작 아내와 예순이 다되어 허삼관의 피를 못팔게한(거부당한) '혈두'를 욕하며 '돼지간 볶음과 황주'를 들이키며 삶이 평등치 않음을 한탄이나 하고 끝나고야 만다. (돼지간 볶음과 황주는 과연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해진다) 중국의 시대적 배경을 함께하는 소설들을 읽으면 민중의 찌들고 냄새나는 고단함을 여지없이 들이키게 되서 하수구냄새를 들이킨 듯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지만, 그 속에서 삶을 지탱하는 사람들의 힘을 발견하게 되면서, 묘한 기분과 함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기형적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지금의 중국의 모습 깊은 안쪽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뭐든 사람을 아는게 우선이 아닐까. 그 시작이 이런 소설로 시작하면 부담없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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