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끝을 경험하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신뢰는 '최악'이라는 이번 소설에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꽤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전혀 지루함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하게끔 하는 기술은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현실적으로 반영해 본다면 정말 '최악'의 설정이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는 소재기도 하다.

그의 소설이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소설 속 케릭터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케릭터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게 해줘서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감상들과 예시들을
사실극처럼 묘사주고 대리만족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여느 소설보다도 잔상이 많은 남는 영화처럼 뒷끝이 있다.

그리하여 소설 속 케릭터들을 대충 파악해 보면,

1. '가와타니 신지로' 영세 철공소 사장님 - 내가 보기엔 가장 불쌍하신 분으로 보인다.
2. 후지사키 미도리 - 겉보기엔 아주 깔끔하고 이쁜 은행원 아가씨지만 집안 사정(특히 이복 여동생의
탈선)으로 자신의 고민은 억누르는 스타일이다.
3. 노무라 가즈야 - 완벽히 파산된 집안에서 태어난 불행아로 처음부터 나온다.
(게다가 이명현상이라니..)이 소설을 '최악'으로 몰고가는 데 기둥같은 역활을 하는 케릭터다.
4. 가에데 - 만나는 남자마다 폭력과 돈을 뜯기는 나이 많은 호스티스(노무라 가즈야에게도 채인다)
5. 오타씨 부부 - 영세 철공소옆 연립주택에 사는 깐깐하고 논리적인 부부. 소음공해로 연립주민을 선동한다.
6. 시바타 노인 - 돈 많은 치매노인으로 미도리가 근무하는 은행에 출근(?)하는게 유일한 소일거리.
7. 메구미 - 은행원의 이복동생으로 온통 언니의 적개심으로 언니은행을 털기를 종용하는 철부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않은 케릭터들이
소설 속에서 각기 불편하고 불행한 환경 속에서 극박하게 돌아간다.

대부분 '노무라 가즈야'가 최악의 인물설정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않다.
살려고 아둥바둥대며 최선을 다하는 이 소설 속의 영세 철공소 사장 '신지로'가 가장 불쌍했다.
영세업체의 모기업인 협력업체 간부는 영세업체를 등지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고,
그 커미션을 먹기 위해 은행을 소개 시켜준다.
불량에 대한 클레임 역시 영세업체에게 과도할 정도로 부담시킨다.

거기다 은행은 또 어떤가.
담보가 완벽하지 않아도 사업 계획만 확실하면 얼마든지 대출해주겠다고 은행물에 발을 담그게 한 뒤엔
예금 담보를 슬슬 요구한다.
터릿 펀치 프레스 기계설비잔금에 쫓기에 영세업체 사장은 요구에 하나 둘 승낙하고야 마는데
종국에 대출 최종 승인에서 떨어트리고야 만다.
게다가 예금해지도 당장 안해주는 상황까지 이르른다. 쫓아다니며 방실거릴땐 언제고!
게다가 동네 연립주택주민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타씨 부부의 끈질기고도 질리게 만드는 논리성에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너무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것은 감성을 이길 수는 있지만 완벽한 타협은 이뤄낼 수가 없다고 본다.

'신지로'외에 소설 속 케릭터들은 하나같이 초라한 결말을 향해 치닫고야 만다.
최악의 사람들끼리 막판에 이르러서는 돈을 가지고 싸울때는
나도 모르게 참..하고 처참한 기분마져 들기도 했다.

읽고나니 어느 누가 옳고 그름을 자로 선명하게 긋기가 힘든다.
한숨과 함께 현실이 그렇다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말이 나온다.

문득
자신이 맡은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포기하느냐에 따라 '최선'과 '최악'이라는 삶이 펼쳐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최선의 삶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일까...


by 김정수 | 2009/01/30 20:59 | 엄마 베스트셀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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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1/30 21: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9/01/31 20:53
비공개님.. 오랫만이에요. 열심히 복무하시고 계시군요. 필승!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게 바로 그런 점이었어요.
어떤 기류랄까..흐름이랄까..
떠밀려가듯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면 최악이 될 수밖에 없는 결정들.
참 고민해야할 화두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Commented by 시릴르 at 2009/01/30 23:04
제목을 왠지 죄악의 끝으로 보고 과연 어떤 이야기인가 궁금했었는데 죄악이 아니라 최악이었군요;;; 이런눈볍..(그만!)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9/01/31 20:53
하하..뭐 그렇게 읽을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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