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용석이랑 가방이 용희 가방은 언뜻보면 똑같이 생겼다.
쬐금 다르긴 하지..용석이것이 조금 더 낡았으니..

어제 새벽에 용석이가 학교를 가려는데 가방자크가 열려 있었다.
용석이 가방 앞에는 미리 시간표에 맞춰 집어 넣으려 준비한 듯한 교재가 있었고
난 그 교재물이 용석이 것인줄 알고 묻지도 않고 가방에 넣고 자크를 잠궈 버렸다.

용석이는 자기 가방에 용희프린트물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학교에 가 버렸고.
용희는 학교에 가려고 깼다가 프린트물이 없어서 회사에 있는 나한테
전화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다.
헉! 내가 그런 실수를 하다니..

빨리 프린트물 가져다 달라고 우는데 시계를 보니 내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용석이 고등학교에 가서 프린트물 가져다가 시험시간을 코 앞에둔 용희 손에 쥐어줄 스피드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어제 공부한 것으로 보라고 했다.
때론 포기도 필요하다고..
그래도 징징대고 우는데 정말 난감했다.

그래서 화를 냈다. 어제 공부를 다 했고, 오늘은 그냥 검토차원에서 보는 것일텐데
잠깐 못본걸로 시험 망치면 공부한것도 아니라고..
불난데 부채질을 한 꼴이었다.
용희는 그대로 학교를 갔는데.. 어머니가 다시 전화해서 당장 갖다주라고 벼락같이 화를 내셨다.

근데, 나 어제 경영실적보고 날이었다.
저 회의 들어가봐야 해요.. 아무리 말씀드려도 자식이 먼저지, 회사가 먼저냐..
어머니의 막무가내식 이론은 조직의 규율도 이긴다는 것을 사태파악한 나는
사장님께 양해구하고 내 발표시간 뒤로 미루고 용석이 학교로 향했다.

다행이 직원이 도와줘서 신호 다 무시하고 달려가, 용석이 수업을 하건말건, 선생님에게 양해구해
용석이 가방수색을 들어갔고,
그 문제의 프린트물을 쇼핑백에 집어 넣고 네 계단씩 뛰어내려가 차에 몸을 실었다.
용희의 학교에 도착했는데 이 학교는 1학년이 제일 꼭대기 층에 있다.

숨이 턱에 차게 뛰어 올라가니 첫번째 시험은 중반을 달리고 있었고,
두번째 시험시간 쉬는 시간엔 볼 수 있겠다 싶어 시험이 끝나길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목감기가 걸린 용희 기침소리가 문 쪽에서 났다. 창문을 기웃거려도 안보인 이유가 있었군.
1교시가 끝나고 뒷문으로 용희를 부르니 작은 눈이 동그랗게 말린다.
긴 말은 집에서 하자고 하고 주고 돌아오는데 다리가 후달거리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회사 직원들은 나보고 엄청 빠르다고 놀리는 건지, 놀란건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회사에 달려와서 내자료를 발표하는데 목이 메어서 나오질 않았다.

퇴근하니 어머니의 안색과 말투가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대충 눈치보고 안방으로 도망와 쿠션에 몸을 던졌다.
아.. 참 이런 날이 하루니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스친다.

그래도 난 용희가 좋다.
내가 챙겨줄 수 없는 부분을 그애는 챙겨 받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도 고맙다. 속으로 미워하지 않아 고맙다.
겉으로 화내시고 내일은 다시 없던 일처럼 생활하실 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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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 2008/12/10 22:17 | 일상 얘기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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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12/10 22: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12/10 22:25
맞아요. 비올때 제일 난감해요. 내 새끼 비 맞고 가겠구나.. 싶어서요.
Commented by 꾸자네 at 2008/12/11 01:32
에고~ 이래저래 마음이 많이 쓰이는 날이셨네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12/11 10:05
네.. 그럴께요. 마음의 여유를 잃지 말아야 겠어요. 꾸자네님도 년말 마무리 잘 하세요~
Commented by zzomme at 2008/12/11 13:52
아이쿠. 자다 일어나 프린트물이 없어진 용희도 유감천만이었게지만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겠는걸요. 그래도 짜증이 짜증으로 끊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아 그래도 계단 4칸씩 뛰어내려가면 다쳐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12/11 21:33
ㅋㅋ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어요. 하루였으니 망정이지.. ㅡ.ㅡ;;;
제게 없는 스피드가 나오는건 무조건 모성애힘이겠죠? ^^;;
Commented by 시골친척집 at 2008/12/11 15:59
글을 읽으며
제가 다 헐떡거려집니다~~
에구~~
뛰는건지 나는건지도 몰랐겠어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12/11 21:34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젠 나이먹어서 그런지 뛰는게 너무 자신없어 집니다.
건강 유의하셔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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