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아들을 잃은 슬픈 성모상을 조각한 로마 성베드로성당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을 깊이 해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뜻밖이라고 말하는 일들도 곰곰 생각해보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뜻밖의 일과 자주 마주치는 것은 그 일의 앞뒤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



형철엄마를 잃어버리고 당신은 형철 엄마가 아니라 아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잊고 지낸 아내가 당신의 마음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



엄마는 엄마가 할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
종내엔 자식들의 집 하나도 찾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된 거야.



본문 中


길을 걷다 삐끗하다 실수로 넘어지는 내 입에서 '엄마야~'소리가 나온다.
피식 창피한 마음이 들다가도 내 가슴 속에 늘 살아있는 엄마의 존재감에 든든한 지팡이인양
보도블럭위를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엄마는 내게 그런 존재다. 아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지킴목일 것이라 생각한다.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이 책은 갑자기 사라진 엄마의 행방을 찾는 가족들간의 걱정으로 시작된다.
엄마를 잃어버리다니.. 다들 큰 충격이겠군. 걱정스런 눈길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곧 칠순을 앞둔 엄마가 자식들 편하게 해준다고 남편생일상을 받으러
서울로 올라오다 그만 남편 손을 놓친 것이 실종의 시작이다.
너무 하찮고 너무 어이없는 잃어버림이라 쉽게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엄마는 종내 자식들 곁에, 며느리 곁에, 남편 곁에, 고모 곁에 나타나지 않는다.

지하철 서울역 구내에서 매번 천천히 좀 가라고 평생을 요청했던 아내의 말을 번번히 무시한
벌을 받는 것인가.. 남편은 엉뚱하게도 지하철 역에서 아내를 잃어버린다. 아내의 가방을 든 채.
즉, 아내는 빈 손에, 글도 모르고, 뇌졸증까지 있는데(나중에서야 전말이 서서히 드러난 증세)..
그렇게 길을 잃고 사라져버린 아내는, 엄마는 끝네 그들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전단지를 돌리고 간간히 들리는 인상착의에는 허름한 거지꼴을 한 파란 엄지가 구멍난 슬리퍼를 끈
송아지 눈망을 닮은 할머니가 보였다는 말뿐..
텅 빈 고향집에서 아내를 기다리는 무력한 아빠와 큰딸이 전화로 통화하는 내용에선 책 속의
인물들과 함께 나도 모르게 소처럼 '어어어..'하고 울고야 말았다.

존재감이 없었던 엄마가 잃어버림으로써 그들에게 하나씩 부각되고 퍼즐처럼 맞춰지고 새롭게
태어난다. 서로가 잘 몰랐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이 그들의 성장속에 얼마나 큰 기둥처럼
자리하고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면서 다들 인생의 가장 큰 낙담을 하게 된다.

참 슬픈 소설이었다.
2장을 넘어갈때 꺼이꺼이 울다가 지쳤고,
종반부를 읽었을즈음에도 어머니의 행방이 나타나지 않자 나는 큰 슬픔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어머니란 존재는 과연 이렇게 헌신적인 삶으로 너덜너덜 끝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억울함까지
스며들어 저자의 의도에 분괴마져 들었다.

그랬는데, 4장에 이르러서야 어머니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간접적으로 환생해주는 장이 그것이다.
엄마의 숨겨진 모습도 보게 되서 나름 보상을 받았고(끝내 비밀의 연인), 빈둥지우울증에서 벗어난
소망원 기부금도 그랬다. 힘들고 고단한 삶이었지만 엄마는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상처와 슬픔을 품어안은채로 사랑으로 승화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객사를 했을거라 추정을 하게되어 불쌍할 지경인데도 엄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자식을 키우면서 행복했던 기쁨만을 간직하고 싶어하고
지나왔던 모든 삶의 고달픔들을 이해하고 마무리한다.

엄마는 소설 속 엄마만이 아니라 생각했다.
큰딸이 로마의 성베드로성단내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을 보면서 '엄마를..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하면서 끝나는 것을 보면서 깨달았다.
엄마는 세상에 존재하는 아픔과 상처인 원죄에 대한 고해를 들어주는 성스러운 성모 마리아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게로 소중한 것을 잃고..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우리에게 엄마를 소설로써 복원시켜주었다.

신경숙씨를 이래서 난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덧글

  • breeze 2008/12/10 12:31 # 답글

    어제 서점에서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져서 그만 덮고 나왔습니다. 지하철 등..밖에서 읽으면 안될 것 같더라구요.
  • 김정수 2008/12/10 21:59 #

    저도 모르고 지하철에서 읽다가 눈물이 뚝 책장에 떨어졌어요.
    서둘러 가방에 넣었는데 내내 그 여운이 남아서 혼났답니다. 공공장소에서 읽는것 조심할 책이예요. ㅡ.ㅡ
  • 시골친척집 2008/12/10 16:24 # 삭제 답글

    그냥 책소개를 해놓았는데도
    이리 슬픔이 밀려오는데...

    그럼 결국 엄마를 찾지 못한건가요?
    너무 슬픈건 볼 자신이 없어요~
  • 김정수 2008/12/10 21:59 #

    네.. 결국 못찾고.. ㅜ.ㅜ
    이 책 읽으면서 안우는 사람은 강심장이라 단언합니다.
  • 하늘처럼™ 2008/12/10 21:27 # 답글

    엄마가 늘 엄마인줄만 알았다는 얘기가 참 슬펐어요..
  • 김정수 2008/12/10 22:00 #

    ㅜ.ㅜ 지금도 그 말씀에 가슴이 찡해지네요.
  • 깜피모친 2009/03/17 15:32 # 답글

    아직 반 밖에 못읽었어요. 커피숍에서 아들 기다리면 읽는 동안 눈물이 뚝뚝....

    결국 엄마는 안 돌아오시는거군요...ㅜㅜ
  • 김정수 2009/03/17 20:04 #

    이 책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나.. 지금 책 표지만 봐도 뭉클 거린답니다.
    결국 엄마는 안 돌아오시죠.. 영혼으로 돌봐주신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실감하긴 슬픈 결말이죠. ㅡ.ㅡ
  • 돌북 2009/03/29 16:31 # 삭제 답글


    전 책을 무조건 사지않고 인터넷 책대여점 돌북에서 일단 빌려봅니다.
    주위에 도서관도 없고 동네 대여점엔 죄다 만화나 무협지만 있고 전부다 사서 보기엔 너무 비싸서 부담되구해서요.
    그리고 출판사 낚시에 걸려? 읽고나서 실망하는 책들이 많아 보고싶은 책이있으면 일단 돌북에서 빌려본 다음 살지말지 결정합니다.

    돌북에는 최신 베스트셀러가 죄다있는데 가격도 저렴합니다.
    그리구 더 좋은건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볼수있다는 장점과 제 중고책도 대신 팔아준답니다.
    암튼 함 가보세요 좋은 곳이니만큼 추천해드립니다.
    책은 온라인에 파는데만 있는줄알았는데 대여점이 있다는게 신기할정도입니다.
    http://dol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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