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답답하고..까다롭지만 썩 괜찮은. 책읽는 방(국외)






고문서학교 학생에게는 사정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그는 굴곡이 심한 젊은이였다.
뽐므는 즉시 그를 매혹시켰는데, 그는 그 이유가 뭔지 말할 수가 없었다.
그가 그녀에게서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것, 그는 그것을 찾은 적이 결코 없었다.
아니, 그게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걸 알아야만 할 것이다.
뽐므의 신비, 그는 그것을 자기의 잣대에, 자신에게 맞출 것이다.

..



분명히 그녀는 아주 흔해 빠진 여자 가운데 하나였다.
에므리에게도, 이 책의 저자에게도, 대부분의 남자에게도
그런 여자들은 그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존재로서 우리가 그녀들에게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평온함이란 우리 스스로 자신을 위해 상상하던 아름다움과 평화가 아니므로,
우리가 발견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던 곳에 그런 아름다움과 평화가 있었으므로 우리는 한순간,
다만 한순간 그런 여자들에게 애착을 느낀다.
평생에 두세 번 이런 죄를 저지르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본문 中.



저자 '파스칼 레네Pascal Lainé '는 작가일 뿐 아니라 교육자이자, 사회학자이고 철학자이기도 하다.
양장본으로 새롭게 나온 그의 대표적인 이 책은 1975년에 권위적인 공쿠르 수상작품이기도 하다.
다 읽고나서 줄거리를 생각하면 아주 평범하고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깊이를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작품성향 속 케릭터와 저자의 독특한 문체 때문같다.
파스칼 레네의 작품속 케릭터는 사회의 다른 계층들 속에 자기표현을 못하는 인물이거나,
또는 무의식적으로 억압을 당하는 대상을 다룬다고 후면 속 해설에도 나오는데,
이 책의 주인공 '뽐므'를 봐도 확연히 그 느낌을 받게 된다.
처음엔 만만히 보고 책장을 열었다가 당황했다.
첫 장을 이해하고 넘기기까지 너무 어려운 단어와 문장으로 똘똘 뭉쳐놔서 였다.
역자가 실력이 없는가 의심도 했지만 그건 아닌 듯 했다.

쉬운 소재를 가지고 너무 어렵게 단어를 사용하고 문체를 꼬아(?)놔서 솔직히 읽으면서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다. 두께에 비해서 이해하고 페이지를 넘기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마 이 소설이 여느 소설과 같은 분량이었다면 중도에 내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을지도 모른다.

레이스 뜨는 여자로 칭하는 '뽐므'는 평범하고 다소 육감적인 체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18세 되던 해에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마릴렌이란 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녀와 떠난 여름휴가지에서 뽐므는 (미래의 박물관장인)고문서학교 학생인 귀족출신 에므리란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동거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헤어지고 뽐므는 이해못할 거식증에 걸린 채 요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거식증 환자들은 왜 생기는가.. 삶에 대한 비련이 주는 식욕부진이 원인 아니겠는가)
그러다 헤어진 에므리와 면회를 하지만(뽐므의 어머니 편지로 인해) 그 둘의 재결합은 없을 거라고
저자는 암시하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은 어려운 문장 만큼이나 저자의 문제의식적인 성격과 그 시대적 사회성향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그 시대의 평가는 굉장히 추상적이면서도 이론적 복잡성을 띤
실패의 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하게 된다. 귀족출신 에므리가 평범한 뽐므의 매력을 끝까지
찾아내지 못한채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스토리는 독자들에게 이해의 범위를 벗어나게 하고
오히려 일부러 방해를 하는 듯한 인상마져 주게 한다.

또 뽐므는 어떤가. 그녀는 자신을 미미하고 가치없는 존재로 의식하며 살고(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있으며 오로지 남자의 여자로 맞춤형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치 침전물이 내려앉은 음료수같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마구 병채 흔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까지..
참 나도 답답한 사람은 못견디는 타입이다.

두 주인공을 봤을때 서로 사랑을 하는 것도 무리란 생각이 든다.
사랑은 소통인데 둘은 의식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시대의 상황과도 같다고 본다.
뽐므가 에므리가 거주한 하숙집 주인 할머니와 의사소통이 되는 것을 의야하게 생각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뽐므와 하숙집 할머니는 그 시대에 계급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참 까다로운 사람과 대화한 기분이 들었던 소설이었지만 나름 다 읽고나니 기분은 좋아진다.
그동안 너무 쉽게쉽게 해석되고 때론 넘겨짚었던 인간얘기들 속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되짚어보는 계기도 되었기 때문이다.

상을 받은 작품이니 더 의미있게 읽혔는지도 모를 일이고..^^






덧글

  • 미도리™ 2008/12/04 21:22 # 답글

    으음깊이가 있고 어려운 문장으로 씌여진 통속적 사랑이야기라는 말씀이군요! ^^
    시대 상황과 두 주인공 사이에 존재하는 의식의 차이로 인한 답답함이라..
    만약 제가 읽었다면 조용히 책을 덮었을 것으로 상상되네요! ^^
  • 김정수 2008/12/06 20:45 #

    하하.. 뭐 간단히 말하면 그래요^^
    그래도 중반부를 달릴쯔음엔 속도가 붙더라고요. 나름 의미가 남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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