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편력으로 인터뷰하다.




나는 자신의 책에 대해서 가장 겸허하게 생각했다.
그것을 읽는 사람들을 나의 애독자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중략)
그들은 나의 독자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독자일 테니까.
나의 책은 콩브레의 안경점 주인이 손님 앞에 내놓은 확대 유리알과도 같은
일종의 확대경에 지나지 않아,그 덕분에 그들 자신을 읽는 방편을
내가 제공해주는 구실을 한다.

-발터 벤야민/ 베를린의 어린 시절 中.


요근래 유난히 인터뷰관련 도서가 쏟아지는 것 같다.
유사한 종류로 연거퍼 읽은 우연일까..생각도 해봤지만 최근도서 목록을 다시 훓터보니
출판사들의 기획이 맞아 떨어지는 걸까.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정혜윤 PD가 만난 소설가나 문화계에 영향을 미친 11명의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린 책이라 꽤 알차고 내용도 소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한 분들을 살펴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분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의 인터뷰는 새로운 기분을 경험하며 읽어 나갔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인터뷰어 정혜윤PD가 워낙 책을 좋아하고
다독가임을 알기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책을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읽은 사람들의 특징이랄까..
자신의 독서편력을 인터뷰하는 과정 내내 주입하듯이 내용 구석구석을
침투하고 있어서 정작 필요한 인터뷰 내용들을 희석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불편했다.

인터뷰하는 대상에겐 집중하지 않고, 인터뷰한 내용에 본인의 생각, 이미지, 판단을
번번히 집어넣고 결론에 가깝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매력있는 문화계 11명을 만났고 인터뷰를 했음에도 그녀의 독서편력에
휩쓸려 책장을 덮을 즈음엔 하나의 인터뷰인양 느끼게 되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더 솔직히 말한다면 다음에 이분이 이와 유사한 인터뷰어 책을 낸다면 사 볼 생각이 없다.

하지만
책에는 아름다운 글귀와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많아 참 좋았다.
읽으면서 '이 책은 구입해서 읽어봐야 겠다'라는 것도 많았다.
그것은 어찌되었든 소중한 소득이었다.

우리는 책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읽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읽고 싶은 책만 읽는 독서편력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홀로서기로 보기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
다양한 책들 속에서 다양한 세상이 펼쳐져 있는데 못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by 김정수 | 2008/11/04 20:54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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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oogie at 2008/11/04 22:47
독서편력이라..
아마도 그 독서편력의 폭을 확대하고 싶은 맘이 저변에 깔려 있지않을까요..^^
점점 독서의 폭이 확대되고 넓어 지고 있으매..이 책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마 책을 읽는건..자신을 멋지게 낮추는 법을 기르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많은 생각을 했으나..이것 밖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열독!!!!!!!!!!!!!!!!!^^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11/05 09:00
boogie님.. 우리는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는다고는 하지만 책 속의 내용들 중에서도 자신에 판단에 부합하는 응원군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깔려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여러모로 소득이 있었던 책이었어요. 단지 인터뷰어의 자세에 대해 조금 불편했을뿐..^^
열독합시다^^
Commented by ZORBA at 2008/11/04 23:15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첫부분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글을 너무 꾸며서 쓴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좋지 않은 느낌이었지요. 근데 글쓴이가 책을 정말 많이 읽은 것에 놀랐더랬죠.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읽은 책들에 대해 술술 이야기를 하고. 인터뷰를 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써 놓아서 책을 살 때의 목적과는 좀 어긋났지만 책 속에 언급하는 많은 책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어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11/05 09:01
ZORBA님.. 저랑 공감대가 비슷하셨군요.. 반갑네요^^ 책의 목적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동감입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인용된 책 소개들은 큰 소득이었어요. ^^
Commented by 시골친척집 at 2008/11/05 15:17
다양하게 읽으려는 습관을 들여야 되는데
이상하게 편식이 되더라구요

부드러움, 자연스러움, 아름다움..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11/05 21:53
시골친척님..안읽는 분들보단 백배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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