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을 관음한다.. 심영섭의 시네마 싸이콜로지. 책읽는 방(국내)





로미오와 줄리엣은 뜨거운 연인이었다. 그들은 만난 지 하룻밤만에 사랑을 확인하고,
일주일 내에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한 달내에 못다 이룬 사랑을 한탄하면서 죽어간다.
두 손을 맞잡고 키스를 하고 싶으면서도 입술 대신 신성한 손이 맞닿게 하자고 능청을 떠는가 하면,
그 뒤 10시간도 안 되어 서로의 얼굴에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렇게 속성 연애를 해도 사람들은 사랑의 속성을 본래 그러하다면
'그들이 정말 서로 사랑했을까?'라는 질문 한번 없이 덮어놓고 그들의 사랑을 믿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중략)
다만 어떤 연애건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2년을 넘기 힘들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신체적 긴장감을 일으키는 뇌 속의 물질
세로토닌이 상대가 어떻든 간에 2년이 넘으면 더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의 무게를 책임지는 더 큰 사랑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오게 된다.심리적인 분석이 아무리 타당성을 지닐지라도 이 사랑만큼은
그 실체가 꽁꽁 숨겨져 절대로 풀리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다. 사랑이란, 정말로
과정처럼 평생을 두고 탐구하고 야껴야 할, 신비감이 필요한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비밀이니까..

-사랑은 아무나 하나? 여섯 빛깔 사랑법(로미오와 줄리엣) 中


심리학은 영어로 싸이콜로지(psychology)인데, 영혼을 뜻하는 프쉬케(psyche)와
학문을 뜻하는 로직(logic)이 합쳐진 말이다.우리는 흔히 좀 정신이 나간 것 같다거나
넓은 의미로 개성이 강한 친구를 일컬을 때 싸이코라고 속삭인다.
싸이코 역시 어원은 프쉬케에서 나온 말로 '정신'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프쉬케는 뜬금없게도 그리스어로 '나비'에서 나온 말이다.

- 나비와 패치가 만났을 때(패치 아담스, 파피용) 中


어느 나라에나 있는 외국인 공포증이 특히 미국에서 심한 까닭은 미국 자신이
이러한 이질성 문제 때문에 크게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끊임없이 '차이'에 민감하고 '차이'를 받아들이고
'차이'에 노출되어 있는 국가이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타는 외국인 공포증과
오리엔탈리즘은 바로 이러한 '차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른 나라에 대해
양기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미국의 이중적인 심리를 반영한다.

-'다름'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 본문(킹콩, 늑대인간 등) 中..


..


저자 심영섭씨는 필명이다 '심리학과 영화를 두루 섭렵한 사람'이란 뜻이란다.
고려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화 평론에 입문해서 그동안 영화평론상을 휩쓸었으니
그의 영화평론은 탁월하다고 입증되었다 하겠다.

영화를 봄에 있어 관객들은 감독의 의중과 시나리오의 의미를 확실히 전달받고 시작하는 셈이니
확실한 안정장치를 하고 시작하는 든든함이랄까.. 영화 한 편당 숨겨있는 심리학을 배우는 셈이다.

영화를 자주 보지 못하는 나로써는 영화속에 숨어있는심리학에 대한 재미를 톡톡히 보여준 이 책을
영화와 접목치 못해 안타까움이 책을 읽는 내내 절반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중에라도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꼬옥 볼 참이다.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왜 일본영화에는 벗꽃과 해바라기, 흰 눈이 자주 등장하는지, 영화 속에서 신발을 잃어버리고
바뀌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유독히 홍콩영화에 많이 등장한다)등등..

하지만 어느정도 이제는 영화를 봄에 있어 군중의 심리상태와 감독의 의중, 시대적 상황등을
고려해서 본다면 예전처럼 그저 흥미위주로 보고 끝냈던 시간과는 사뭇 다를 거라 생각이 든다.

관객의 입장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극장이라는 가장 안전한 장소에 모여 팝곤을 먹으며 영화와
배우를 관음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누구도 관객을 뭐라 하지 않는다.
스크린 속의 배우들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욕망을 대변하기도 하고, 심리상태를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영화에 대해 편견이 있는 사람이나 영화를 봐도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읽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굳이 책을 읽으며, 영화 속에 숨어있는 심리분석학을 배운다는 책임감(?)만이 아니라
쉽게 풀이하는 즐거운 성격인 저자의 인생 심리학을 느끼게 영화 속 풀이와 함께 하는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어려운 심리학은 머리아프지만 영화 속 심리학은 쉽다.
눈에 쏙쏙 들어온다. (아이구. 삽화는 너무 적나라해서 더 눈에 들어오지만서두..^^)







덧글

  • breeze 2008/10/29 00:03 # 답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영화를 더 맛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김정수 2008/10/29 11:15 #

    네^^ 영화를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운 듯 합니다.
  • 안재형 2008/10/29 03:58 # 답글

    맨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글을 보니, 심영섭씨는 '사랑'을 '행위'라기보다는 '감정(느낌)'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겠네요. ^^;

    하지만, '사랑하다'라는 우리말 낱말이 '기쁘다'나 '슬프다'처럼 그림씨(형용사)가 아니라 움직씨(동사)인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은 '사랑'을 느낌이 아니라 행위로 생각한 것이겠지요.

    그냥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
  • 김정수 2008/10/29 11:36 #

    안재형님.. 아무래도 영화는 감성을 가지고 보는 것이니까요. 관점을 거기다 맞춘게 아닐까 싶네요? ^^
  • 시골친척집 2008/10/29 13:34 # 삭제 답글

    실제의 상황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면
    아마도 모두들 미쳤다고 하겠죠?^^

    그치만 영화라는 감성으로 바라보니
    누구나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요 ~~~ㅎ
  • 김정수 2008/10/30 08:03 #

    그래서 영화를 보는 것이기도 하고요? ^^
  • 일우 2008/10/29 16:06 # 답글

    사랑은 누구도 정의를 딱히 내리기 어려운 감정 중 하나죠.

    때문에 보는 관점도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르다고 해서, 각자의 사랑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라고.

    종종 이 점을 오해하고 넘어가는 분들이 많아서 한 자 적어갑니다.

    근데 진짜 책 많이 보시네요.

    저도 마감 끝나면 밀린 책들이나 보고 십네요. ㅋㅋㅋ
  • 김정수 2008/10/30 08:04 #

    사랑이란 명제만큼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것도 없을거예요.
    하물며 사랑을 다루는 영화는 더더욱 그렇겠지만요..
    무턱대고 흥미위주로만 보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맥을 짚어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이 들던 책이었어요.
  • 미도리™ 2008/10/30 16:21 # 답글

    오랜만에 왔다가 갑니다. ^^
    심리학과 영화의 만남이라...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 김정수 2008/10/30 17:35 #

    미도리™ 님.. 네~ 오랫만이예요.. 닉네임이 좋은게 틀림없죠? ^^
  • 다마네기 2008/11/01 09:12 # 답글

    ㅎㅎ 드뎌 읽으셨군요.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심영섭 님의 평론을 좋아해요.
    김기덕 감독의 저격수(?)답게 페미니즘 평론에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였죠.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그녀의 솔직한 글들이 좋았어요.
    사실 위의 책보단 전작인 <영화, 내 영혼의 순례> 가 더 좋아요.

    '루사'가 휩쓸고 간 많은 책들 중 한 권이였죠.
    그 책, 제가 정말 아끼던 책이였거든요. ㅠㅠ
  • 김정수 2008/11/01 10:48 #

    다마네기님.. 아끼던 책을 주신 것 같았어요. 다시한번 고마워요.
    이젠 무덤덤히 영화보진 않을 것 같아요.^^ 다 다마네기님 덕분이예요.

    기회되면 말씀하신 그 책도 한번 읽어볼 기회를 갖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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