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지만 내게 여행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면서 만족하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호텔은 집이 아니고 여행가방에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으며 먹고 싶은 것을 다 찾아 먹을 수도 없다. 카메라도 마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거기 익숙해지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면 되는 것이다. .. 도시에 대한 무지,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로는 나는 어느 도시에 가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다 신뢰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앎에 '갇혀' 있다. .. 나는 도쿄시민들이 갖고 있는 그 정신을 '유쾌한 무관심'이라 부를까 한다. 무엇이든 받아들이되 그것에 대해서는 적당한 거리와 무관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략) 도쿄는 특히 외국인에게 더 관대하고 그들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문화적 치외법권의 특권을 부여한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 "마음대로 행동하시다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조요히 떠나주시죠"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런 도시, 유쾌한 무관심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활보하는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에는 어떤 카메라가 어울릴까. 나는 롤라이35를 골랐다. 유쾌한 무관심이 불쾌한 관심으로 변하기 전에 촬영을 마칠 수 있고(롤리아35는 빠르다! 심지어 초점을 맞출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기능 자체가 없으니까, 보고 누르고, 끝이다, 미소를 곁들여주면 좋지만 그럴 필요가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찍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본문 中 시원시원한 문체로 도시적문체로 젊은층에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김영하씨가 낸 시리즈물로 내가 읽은 것은 2탄 도쿄편 에세이집이다. 여행 에세이집답게 여러 사진들과 에세이, 그만의 단상, 짧은 단편소설이 품격있는 여행이야기로 꽉 차 있다. 다른 여행산문집과 다른 점이라면 여행지의 풍경만을 위해 뷰파인더에 집중했다기 보다 그가 느끼는 여행지만의 관심과 취향을 독자의 감상을 휘둘렀다는 점? 첫 번째 여행지였던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는 G28밀리미터 렌즈를 사용했다고 하고(아직 안 읽어봤음ㅡ.ㅡ) 이번 두번째 여행지인 도쿄는 인용된 본문에서 설명하듯이 '유쾌한 무관심'에 어울릴 답답한(?)한 롤라이35를 골랐다고 한다. 이방인들에게 관대한 그들을 담을 그릇은 무관심한 롤라이35라니, ..참으로 김영하씨답지 않은가? 어디, 답답한 롤라이35로 찍은 사진여행기를 감상해 볼까하고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마코토'라는 단편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어? 소설이다! 여행지에서 만들어낸 단편인 모양이다. 반가움. 일본유학생 '마코토'를 짝사랑한 자칭 '쿨'한 한국인 국문과 여대생의 청춘로맨스물이다. 어찌보면 흔히 예상할 수있는 흔한 사랑이야기인데, 김영하씨만의 시원시원한 독백체가 빛나고 있다. 짝사랑으로 속앓이를 하다가 스스로 포기한 한국여대생 '지영'이 긴자 한 복판에서 다시금 '마코토'를 운명적으로 만나고, 오랜 시간의 힘으로 말문을 연 지영에 의해 두 사람은 마음을 열고 결국 짝사랑이 아닌 두사람의 이쁜 사랑으로 끝난다는 이 소설은, 단편의 모테가 일본인이란 점과 결실을 맺는 곳이 일본이란 점에서 여행에세이와 묘한 연결고리를 하는 듯 느껴진다. 그런데 왜 이 단편을 여행지 맨 앞에서 에세이보다 먼저 만나게 했을까. 작가의 의도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이상한가. 정상인가. ^^ 일본과 우리는 비슷한 외모라 여행지에선 선뜻 나라구별도 안되는데, 일본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선진국가이다. 미워할래야 미워할수 없는 많은 콘덴츠를 갖고 있고 우리들 문화와 생활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보이지 않게 우리는 그들의 실력을 모방하고 부러워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처지에 놓여버린 것이다. 이미 전쟁을 치루지 않은 세대들은 그들의 모든 면을 따라하고 싶어하고 같이 호흡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세계 여행을 물어보면 '일본'이라고 단연 꼽을 정도로 신세대들의 정서에 목마른 우물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알까. 김영하씨는 일본을 여행하려면 먼저 일본의 정서를 먼저 알기를 권하고 있다. '잘 정리된 강박증 환자의 서랍'같은 완벽한 그들의 짜여진 거대한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함부로 일본을 운운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나 역시 맥주 거품 하나에도 장인정신을 보이는 그들의 철저한 삶의 태도를 이해 못하고 여행을 가는 것은 여행의 맛을 못느낄 것이라 보여진다. 완벽히 자유로운 도시 도쿄(동성애자, 펑크족, 범죄자, 공산주의자들이 활보하는..), 흡사 홍콩같은 기분을 느끼는 도시지만 여행의 피로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질서에 여행자들은 감탄하게 만든다고 김영하씨는 고백한다. 가장 번잡한 도시일 것 같은 도쿄는 오히려 조용하고 편안하게 여행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완벽히 갖췄다고 말한다. 김영하씨의 일본(도쿄) 여행기를 보고, 읽으면서 느낀게 하나 있다. 모쪼록 여행은 편안함과 삶 속에서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하고,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식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여행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새롭게 받아드리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자. 그래야 많은 것을 담아 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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