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엄마가 읽는 시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문정희 시인 약력입니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진명여고

재학시 시집 <꽃숨> 발간.
1969년 <월간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나옴.

1976년 제 21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문정희 시집>,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시극 <납의 탄생>, <날개를 가진 아내>,
산문집 <젊은 고뇌와 사랑> <청춘의 미학>

<사랑의 그물을 던지리라> 등.

덧글

  • boogie 2008/09/19 23:07 # 답글

    ^^...
    제겐 옛시가 딱이더군요..그 우아함과 여유로움과 여백의 미
    날씨 영향인지 정말 팍팍 맘에 꽂힌답니다..^^
  • 김정수 2008/09/20 10:33 #

    boogie님.. 정말요? 저도 기분이 팍팍 좋아집니다.^^
  • 시골친척집 2008/09/19 23:35 # 삭제 답글

    나의 딸들에게
    바로 그런 남자와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며
    오늘도 쌩쌩하게 살아가고 있지요..ㅎㅎ
  • 김정수 2008/09/20 10:33 #

    시골친척집님.. 하하^^ 말씀이 참 유쾌하십니다.
  • 다마네기 2008/09/20 11:37 # 답글

    ㅋㅋㅋ 몇 년 전,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재밌어서 입가가 빙그레 올라가는 걸 느꼈지요.
    문정희 시인은 참 시원시원하게 글을 쓰시는 것 같아요.
    모습도 넘 멋지시고. ^^
  • 김정수 2008/09/20 12:41 #

    다마네기님.. 맞아요. 시원시원해서 읽으면서 공감대서 더 큰듯. 웃음도 터지고요? ^^
  • 열매맺는나무 2008/09/20 12:40 # 삭제 답글

    흠흠... 여자들은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 남편을 '아빠와 오빠 사이'가 아니라 '또 다른 나 자신과 아들사이'로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 김정수 2008/09/20 12:41 #

    하늘나무님.. 자식이 징검다리 역활을 톡톡히 하죠.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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