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 사람. 책읽는 방(국내)




                                                  김용택 시인, 뒷 편에 서계신 분이 그의 어머니시다.



농부들은 무슨 일이든지 스스로 몸과 마음에 익혀 터득하고 깨우쳐서 그 일 자체가
곧 농부의 흔들림 없는 인격이 된다.
그래서 농부들은 느긋하고 행동이 느리다. 그들은 벼가 다 크기를 오래 기다린다.
자기도 모르게 낫을 잡는 법이 몸에 익혀지기를 기다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감이 익기를 기다린다.

- 사촌형 마지막 농부 '용조형' 얘기 中


그림은 기술이 아니며, 작가는 기능인이 아니다.
다시 말해 '똥폼은 아무리 화장을 잘해도 끝까지 똥폼'인 것이다.
좋은 그림은 아무리 커도 작아 보이고, 아무리 작아도 커 보인다.
그러므로 한 폭의 그림은 또 다른 세계의 완성이다.
그냥 물감만 칠해놓은 그림 앞에서 사람들은 할 말이 없고, 좋은 그림 앞에 서면
사람들은 말이 많아진다. 그러나 더 좋은 그림 앞에 서면 사람들은 말을 잃는다.

- 화가 유휴열씨 얘기 中


아이들은 몸으로 배운다. 움직이고 부딪치고, 터지고, 넘어지고, 일어서며 몸이 세상을
향해 풀린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의 몸짓은 바로 세상과의 소통이다.
도시의 아이들은 시골길을 잘 걷지 못한다. 늘 돌에 걸려 넘어진다.
내가 어렸을 적에 물 위에 놓인 우리 동네 징검다리를 어떻게 하나하나 건넜는지를
생각하면, 몸으로 하는 교육은 아름답고 성스럽기까지 하다.

-마암분교아이들을 회상하는 학교 얘기 中.


이제 눈이
안 온다.
여름이니까.

-마암분교 아이들 '창우(2학년)'가 쓴 시.'여름'


..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하신 '김용택'씨의 산문집을 만났다.
평색 고향을 지키는 시인이기도 하고, 마암분교아이들을 정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분이기도 하다. 미소를 지으며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책 날개에 이웃집같은 아저씨가 웃으며 걷는 모습이 있는데, 알고보니 뒤에 흐리게
서있는 분이 저자의 어머니라고 한다.

난 아직 한번도 호남의 젖줄이라는 섬진강을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김용택시인의 감성이 가득 담겨있는 이 책을 읽다보니 마치 내 고향이 거기인양
꼭 가보고야 말겠다는 결심까지 서고야 말았다.
그것은 저자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과 향수의 힘이 지탱하는 재산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표제가 '사람'이듯이 저자는 삶 자체를 사람과의 인연, 관계로 해석하고 있다.
어느 책인가 가물거리는데 '삶' 이란 '사람 + 살다'의 준말이라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김용택시인의 '사람'에게는.. 부모님, 친구, 동료문인, 어린 제자들이 있다.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역시 작가들과 시인들은 다른가보다.
그의 어린 제자들 '인수'를 보고 김훈씨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 실리기도 하고
김용택시인의 '그 여자네 집'을 읽고 듣고 박완서할머니의 '그 여자네 집' 소설이 탄생했다.
그외에도 뜻밖에 너무나 유명한 화가분들이 등장해서 깜짝깜짝 놀라며 읽었다.
역시 유유상종. 사람은 사람을 알아 보는가보다.

그런데
고향을 꾿꾿이 지키며 늙어가고 있는 그를 책을 통해 만나면서 나는 외롭고 쓸쓸했다.
저자가 너무 궁색하고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40년 교직생활이 보람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이 보람되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정말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의 행복임을
느끼게 된다는 결론으로 도달하면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부록으로 자연이 꼭 있어야 한다.^^

정성껏 차린 밥상에 식욕이 생기듯,
사람간의 진심을 통한 관계맺음은 곧 자신의 포만감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니 얼마나 좋아.





덧글

  • 다마네기 2008/09/05 00:43 # 답글

    하하하! 이번에도 다기가 한 발(아니, 두서너 발) 늦었군요!
    저도 이 책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너무 읽고 싶었답니다.

    김용택 시인, 정말 아름다운 분 같아요.
    이 분의 부인되시는 분은 시인의 시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무작정 시인을 찾아와 만남을 거듭하다 결혼하셨대요.
    (다기도 좋아하는 시, '그 여자네 집'에 나오는 '그 여자'를 은근히 질투하셨대요.ㅎㅎ)

    저도 아직 섬진강을 못가봤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겠죠?
    김용택 시인이 워낙에 섬진강에 대한 시들을 많이, 글구 넘 잘 쓰셔서 다른 시인들이 장난으로 섬진강에 대한 시는 더이상 쓸 수가 없다고 한다는군요.



    * 전 요즘 안도현 시인의 시가 (뒤늦게)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ㅎㅎ
  • 김정수 2008/09/05 08:34 #

    다마네기님..^^ 그러셨어요? 원하시면 보내드릴 수 있어요. 책은 나눌수록 공감대가 커지니까요.
    주소 남겨주심 보내드릴께요. 읽은 책이라도 괜찮다면 말이죠.

    안도현님의 시가 좋아지시는 구나.. 가을이니까요..^^
  • 2008/09/05 15: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김정수 2008/09/05 15:22 #

    비공개님.. 하하^^ 필이 통했나봐요. 일전에 '밀양'도 읽고 싶어하신것 같던데..맞죠?
    같이 보내드릴께요.. 주소 ok!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