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책읽는 방(국내)





무엇보다 나는 거기서 편안함을 느꼈다. 모두가 편안해하고 있었다.
이름은 몰라도 낯익은 사람끼리 편안하고 느리게 가는 시간이 편안했다.
편안한 도취가 이어지니 다음날 아침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에 소소리 바람 불제'마다 가지 않고는 베길 수 없었다.

-제2부. 길 위의 문장 /'단골이라는 도취' 본문 中


성석제씨는 우리나라 작가 중 드물게 글을 편안하고 즐겁게 쓰는 분이다.
우리나라 정서가 늘 억압되고 정답 아니면 사람취급 안해서 그런지 대체로 우리나라 작가분들 문체는
어둡고 삶이 녹녹해 보이지 않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런데 성석제씨의 글을 읽다보면 농담 잘하는 사람을 만난 듯 편안하게 웃으면서 동감을 이끌어낸다.
그것은 부담없이 리모콘을 들고 키는 텔레비젼같은 편안함이랄까.
아마도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때문에 성석제씨의 독자가 증가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번에 새로 나온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라는 산문집 역시 두께는 꽤 나가는 편이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으며 그의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의 독자라면 읽기를 추천한다.

디지탈카메라를 들고 나니면서 산문집을 썼으니 무언가 큰 기대를 하고(사진과 연관된 사연등등)
읽기를 시작했는데 그런 쌈박(?)한 사진은 거의 드물고..아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보면 '아! 멋진걸?'하는 사진은 머리 속에 별로 남아 있지 않으니까.
(너무 평범해서 사진다운 사진이 없다고 표현했는데 혹시 기분 나쁘실라나?^^)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과 함께 그의 호기심만발한 이야기 속 지역의 특징적인 표현은
거의 생략하고 단순히 느꼈던 자신의 웃음, 느낌등을 전달하고 있었다.
읽다가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라고 의문을 갖지만, 그것도 사실 발품을 밟지 않고 쉽게 얻으려는
독자들은 여행할 자격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역시 그 답다! 라는 생각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그는 사진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그의 말처럼 사진이라는 것이 위치나 빛의 각도나 셔터의 조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조작의 결과물 일테니까.
뭐든 주인따라 간다고 카메라도 이미 그의 손에 닿으며 농담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너무 진지하게 보다보면 쉽게 버거워지고 오히려 답을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고 싶다.
모두들 사진작가처럼 훌륭한 사진을 뽑아내야 사진기를 들 자격이 주어진다면
카메라 조작 훈련을 새롭게 받을 생각에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들테니까..
다행히 아마추어들이 찍은 사진 속에도 충분히 아름답고 잊지 못할 추억이 담겨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이 책을 넣고 다녀야 겠다.
그저 풍경만 보지않아야 겠다.
여행지에서 사람들 마음들, 간판 하나하나의 의미, 새겨진 의미들을 알고 지나쳐야
진짜 여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카메라는 챙겨야 겠지? ^^


덧글

  • 다마네기 2008/06/11 13:32 # 답글

    우하하하! 정수님 ~~ 요즘 제가 기다리고 있는 책이랍니다.
    얼마전 각종 신문에서 신간을 소개해주는 지면에 모두 실렸었죠.
    성석제 님의 '글빨'은 정말...ㅋㅋ
    설렁설렁하면서도... 하고싶어하는 (하고자하는) 말들은 모두 해내고야마는! 입담꾼.

    정수님! <소풍>도 읽어보셨나요?
    혹 아직 않읽으셨담 꼭 읽어보세요.
    맛있는 음식에 얽힌 맛난 추억들을 맛깔스런 문체로 담은 '맛있는' 책이랍니다.

    <농담하는 카메라>는 도서관에 신청해 놓았는데 언제 읽게될진 잘 모르겠어요.
    더이상 쌓아놓을 데가 없어서 (책이 많아서가아니라 방이 좁아서 ㅡ,.ㅡ;;) 한동안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만 읽기로 했거든요.
    근데 당연하게도 꼭 소장해놓고싶은, 그리고 반납일에 상관없이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얼마전 책 3권을 샀는데 넘 행복했어요. ㅎㅎ

    정수님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많이 바쁘실텐데 어찌그리 부지런히 포스팅하실 수 있는지...
    정말 부러울따름입니다. ㅎㅎ



  • 김정수 2008/06/11 22:16 #

    안녕하세요..네기님. 오랫만이세요. 신간이라 도서관대여신청분이 빠른시일내에 연락올지 걱정이네요.^^
    성석제님의 '소풍'이 맛있는 책이라는 말씀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역시 다마네기님다운 평이세요.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야금야금..^^;;

    책을 다들 많이 읽는다고 칭찬하시는데 좀 빨리 읽는 편이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혼자 있을땐 책을 봅니다.
    포스팅은 기억력에 대한 한계를 대신하는 것이고요. 힛.
    늘 관심과 격려 감사히 생각하고 있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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