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난 뒤의 팬티. 엄마가 읽는 시






죽고 난 뒤의 팬티

-오규원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 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도 아닌 죽은 자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이 시를 읽고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말 죽으면 그만일 세상.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까지 쓰는 것일까..하고.
하지만 이내
나 역시도 한동안 절룩 거리며 교통사고로 생활을 했던 시기가 떠올랐고
찰나의 순간에 죽음을 느꼈었다.
아! 이렇게 죽는거로구나.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죽음을 염두하며 살아갈까.
얼마나 마지막이라 숨죽이며 한 순간, 한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갈까.




덧글

  • kelo 2008/06/04 16:33 # 답글

    사진 넘 멋지네요....
  • 김정수 2008/06/05 10:31 #

    저도 사진 보고 반했다니까요.
    사진예술이란말이 요즘은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
    사진이 말을..마음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미디어 시대와 맞물려 말이죠.^^
  • 지연 2008/06/05 02:01 # 답글

    제가 아시는 분중의 한분이...꼭 아침마다 새팬티로 갈아입고 나가신대요.
    이 이야기는 거의 20년전 이야기라서...요즘처럼 샤워가 생활화 안되어있을 시기의 이야기이긴 하지만..혹시 갑자기 죽으면 챙피하다고..꼭 아침마다 씻고 새팬티로 갈아입고서 나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정말로 있답니다.
    근데...이런 시가 정말 있었군요.
  • 김정수 2008/06/05 10:32 #

    네.. 말씀처럼 저도 그분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실은 예전에 교통사고를 당했을때 누가 내 몸을 건들면 속옷은 제대로 좋은 것으로
    입었었나..하고 잠시 걱정아닌 걱정을 했었거든요. 우숩죠? ^^

    이 시를 보고 저도 깜짝 놀랐다는..
  • Bohemian 2008/06/05 09:34 # 답글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김정수 2008/06/05 10:32 #

    Bohemian님 말씀이 더 멋지네요.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 의미있게 되새겨 봅니다.^^
  • 함창순 2008/06/18 17:28 # 삭제 답글


    좀더 여유를 즐기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카메라 하나 들고 인기척 없이 마구마구 여행 다니고 싶어요
  • 김정수 2008/06/18 19:09 #

    함창순님.. 죽음을 생각하고 살면 여유를 못느끼고 사는 현재의 삶이 참 보잘것 없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마구마구 여행 다니고 싶다는 말씀에 웃음이 나옵니다.^^
  • 함창순 2008/06/19 10:51 # 삭제 답글


    이제 삼십대후반에 접어들어 앞으로 살날이 많은, 그렇게 생각하는 저인데도, 가끔 밤에 혼자 죽음이란것에
    대한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 두려움이 앞섭니다. 누구나 나이들면 병이나 또는 노환으로 죽기 마련인데.
    생각하고 바라보고 하는 내자신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수 있는걸까?
    내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모든것들은 어찌되는거지> 하면서 순간 불안해졌습니다.
    그동안 가깝게 가족중에, 또는 직장동료중에 사고로 저세상으로 먼저 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으면 그만이지?? 아닌것 같습니다
  • 김정수 2008/06/19 18:50 #

    죽음이란 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이기때문에 더 두려운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차피 선경험을 못한다면은 굳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걱정
    아닐까..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가만히 되새겨 읽으니 불교를 믿으시는것 아닌지요? ^^

    어찌되었든, 삶을 더 열심히, 가치있게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 겠단 생각이 드는 것은 확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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