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선물. 일상 얘기들..





어머니는 과거에 묶여 사시고, 미신과 팔자에 대한 의식이 강하시다.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멈칫하고 더이상 진도가 나가면 안되겠구나..하는
필이 꽂힐때가 자주 있는데, 그러다보면 그 때부터는 이미 대화가 아니게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5년이 무색하고 신문과 메스컴을 잠시라도 등한시하다간 문외한 되기는 십상인 시대다.
이렇다보니 어머니와 같이 호흡하고 산다는 것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꽉 막힌 수더분한 시골 할머니도 아니다.
없는 형편에 5남매를 홀로 장사로 키우셔서 그 자긍심과 자존심은 또 어떠한지..
임기응변도 강하셔서 감히 내가 섣불리 주장했다간 역정이 하늘을 찌른다.

어버이날 선물 하나 가볍게 골라보겠다고 즐겁게 나와 남편과 사온 정성을
펴보지도 않고 한방에 '필요없다!'라고 고개를 돌리니 며느리지만 섭섭하기 그지 없다.
남편도 화가 났는지, '정수나 입어'라고 내게 던지는데,
그 선물은 이젠 옷도 아니고 선물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내가 입냐?)
맘에 안든 선물이란 강력한 표현인 것이다.

구석에 던져진 선물을 보는 답답함.
가볍고 즐거운 마음 하나 받아주시기 힘든 까다로움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또 얼마나
더 오랜 시간 져야하는지.. 이것도 세대차이라고 해석해야 되는건가.

어버이날.. 그냥 현찰로 드려야겠다.
어머니 마음대로 사서 입으세요.


덧글

  • 자미 2008/05/05 16:13 # 답글

    저의 할머니도 생전에 늘 저나 어머니가 사온 옷을 맘에 들어하지 않더라구요..
    색깔이, 무게가, 감이 맘에 안든다 하시면서..
    90세무렵 스스로 다니는 기력이 안되실 때부터는 늘 옷사는게 고민거리였어요..
  • 2008/05/05 16: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병아리 2008/05/05 20:55 # 답글

    참.. 선물 고르기 힘듭니다..
  • Gadenia 2008/05/06 09:09 # 답글

    곧 어버이날이라 저도 양가부모님 선물생각에 은근 마음이 쓰이는데..
    매년 다른 선물을 고르려 하는 것도 은근 고민거리지만 정수님 말씀대로 마음에 드시는 선물을 고르는 것도 은근 부담이네요. ^^;
  • 김정수 2008/05/06 12:42 # 답글

    걱정과 격려 감사합니다. ^^

    어머니께 마음을 얘기하니 받으셨습니다..
    친정부모님만 남았는데 그냥 현찰로 드려야 겠어요.
  • 2008/05/06 16:22 # 삭제 답글

    저는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선물을 받으면 좋던데..
    나이 드신 분들은 안 그런 것 같아요.
    현찰이 최고인 듯..
    돈으로 드리는 게 아무래도 정이 덜한 것 같고 메마른 것 같고 그런데 어른들은 그걸 더 선호하시니 할 수 없죠..
  • 지오아빠 2008/05/07 13:02 # 답글

    에고... 정수님 마음 많이 상하셨겠네요
    마음을 얘기 하셔서 해결되셨다니 다행이긴 한데
    그 상황에서는 정말 답답하다는 말이 딱 맞네요
    어머님이 왜 그러셨을까나?? 뭔가 심기가 불편하셨나보네요
    좋게 이해 하시고 넘어가 주세요
    그나저나 저도 선물이 참 걱정입니다^^
  • nangurjin 2008/05/14 13:42 # 삭제 답글

    에구..기냥 받아주시면 될것을..
    서운하시겠네요. 나이가 들수록 더 느끼는 거지만..
    노인네 들과 혹은 어른들?과 이야기 할때면 지켜야 할 선이 있더라구요.
    서로 너무 다른 생각을 털어놓는것도 강요하는것도~ 나중에는 오히려 화가 되더라구요..
    저두 기냥 현금으로 합니다. 요즈음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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