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소월문학상 수상작 / 크나큰 잠 엄마가 읽는 시






크나큰 잠


- 정끝별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혹은 호밀빵의 향기
출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길을 들어설 때
매일 저녁 사랑에서 사랑을 떠나보낼 때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늘 오늘

깜빡 한 소식처럼
한 지금을 깜빡 놓을 때마다
한 입씩 베어먹는 저 큰 잠을 향해
얼마나 자주 둥근 입술을 벌리고만 싶은가

벼락치듯 덮치는 잠이 삶을 살게 하나니
부드러워라 두 입술이 불고 있는 아침 기적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 밤이 있으니
한 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744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