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 즐거운 우리집


"위녕, 엄마는 누가 나보고 니네 딸 엄청 못생겼네, 해도 화가 안나.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니까. 엄마 말 알겠어? 그건 화가 나는게 아니라,
그냥 시끄러운 경적 소리 한 번 들은 걸로 치는 거야. "



"너희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어. 목표가 바뀐 거지.
그게 공부를 잘해서 얻을 수만 있는 거라면, 공부를 시켜야지. 그런데 아니잖아,
그게 돈을 많이 벌어서 가질 수 있는 거라면, 그래야지. 그런데 아니잖아.
그 모든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아닐 수도 있더란 말이지.
왜냐하면 엄마는 그동안 그 두 가지를 가져보고도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본문 中.


공지영씨의 신작 <즐거운 나의집>이란 표제만 봤을때는 독자들은 언뜻
주말 드라마배경으로 흔히 사용되는 대가족의 훈훈하고도 편안한 내용을
그녀답지않게 새롭게 시도하려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도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소재였음을 알게되자마자
소설 속에 흠뻑 빠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고는 책 제목 한번 잘 지었군.. 하고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공지영씨는 통속적인 글을 쓴다고 핀잔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까닭 중에
하나가 우리 자신이 어쩔 수없는 통속적인 삶을 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네 삶 속에서 가장 근접한 작가이기에 그녀의 슬픔과 기쁨은
가장 빠르게 독자들에게 흡수되고 인정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얼마전 '전경린'씨의 <엄마의 집>을 읽었다.
그 소설 소재역시 <이혼한 엄마>가 운명처럼 받아드려야 하는 이복자식들의 이야기와
(그 소설 역시 화자가 20살 큰 딸이다)이혼한 엄마가 인정하는 <가정, 집>이 화두였다.
요즘 정말 이혼한 가정이 많은가보다. 우리나라 대표 여성작가들이 연속해서
이혼에 관련된 소설이 이어지니 현실감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공지영씨가 바라본 이혼한 가정들 속의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사회에서 지켜줘야 할까.
변함없이 우리사회는 아무리 자유분방해지고 각자의 개성을 인정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기적이고, 이혼하여 버려진 아이로 바라보는 배타적 감정이 지배적이다.

자신의 과거 속 상처인 세 아이를 거둔 엄마는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까.

그녀의 자녀교육방침을 읽으면서 나는 깜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교육관이 나랑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점.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해 주는 것.
친구같은 엄마로 대함으로써 어른스런 아이 키우기..

공지영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짙게 깔린 이 소설은 그러기에 그녀를 공감하기에
충분하고 진실여부를 떠나 그녀의 성격, 진심을 느끼게 되어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혼의 상처와 슬픔은 감춘다고 이겨내는 것이 아니다.
맘껏 아파하는 것. 맘껏 슬퍼하고 우는 것.
그래야만 바닥을 치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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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 2008/02/01 10:14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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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롤리팝 at 2008/02/01 10:22
공지영씨는 세밀한 심리묘사가 강해서인지 아픔을 더욱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낄수 있게 해줘요...
어릴땐 그게 좋아서 봤는데...
지금은 제 아픔이 떠올라서 슬플때가 있네요..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8/02/01 10:38
요즘 책 읽는데 너무 소홀했었는데..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정수님이 적은걸 보니 사봐야겠어요.. ^^
Commented by lily at 2008/02/01 12:45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정수님의 글을보니 벌서부터 공감이 가네요.^^
공지영씨의 글느낌을 쓰신것이 정말 저랑 비슷했어요.
통속적인글. 그리고 우리의 통속적인 삶의 모습..완전 공감합니다.
편안하게 이야기 하듯 읽어지는 공지영씨의 새 책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Commented at 2008/02/01 12: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별사탕 at 2008/02/01 15:27
공지영님의 글도 좋고 김정수님의 글도 좋네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02/02 21:41
롤리팝님.. 공지영씨 글을 읽다보면 독자 자신의 삶과 반추해서 공감하게 되는 것이
그녀만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이 들곤 했어요. 저도 그런 경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아픔을 느낀다는 것이 결코 나쁘지 만은 아닐듯 보여요.
왜냐하면 아픈 것은 그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하늘처럼님.. 무난히 부담없이 읽을만한 신작입니다.
요즘 신간들 중에 딱히 고르신 책이 없으시다면 읽으셔도 좋을듯 보여요..^^

lily님.. 공감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읽으시고 올리시면 트리백 부탁드리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8/02/02 21:45
비공개님.. 네.. 말씀 감사해요.
저도 그 기사 읽은 기억이 납니다. 말씀처럼 글이란 것의 진위를 따지는 것만큼
상처주고 힘든것도 없지요. 저도 일련의 경험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별사탕님.. 감사합니다. 예전에 '자야'라는 과자 속에 별사탕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하하
Commented by Nangurjin at 2008/02/03 18:05
한동안 해리포터에 푸욱 빠져있었는데..
그보다는 요즈음에 제 맘이 너무 허해서 제 맘을 달래줄수 있게
책을 몇권 찾아 볼려고 합니다...이 책도...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Commented by mONg at 2008/02/04 23:22
제가 배워야 할 점이네요.
마음껏 아파하고 슬퍼 울어야 바닥을 치고 일어선다는것.
그래야 훌륭한 아이를 키우는 훌륭한 부모가 될것 같습니다.
부모되기.. 그게 제일 어려운것 같네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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