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7일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모든 육신은 죽은 뒤 부패되고 나서 평안을 얻는다.
기온이나 습도, 장소, 사인에 따라 부패 정도는 차이가 나지만
어쨌거나 부패는 막을 수도, 늦출 수도 없는 것이다.
심장이 멈추는 순간, 피는 시체의 아래쪽에 모이면서 시반(屍班)을 형성한다.
시체는 곧 싸늘히 식고, 근육은 이완되었다가 딱딱하게 굳는다.
첫 번째로 눈, 그다음 목, 턱 순으로 사후 경직이 일어난다.
나머지는 부위에 따라 다르다.
죽은 뒤 사흘 정도 지나면 초록빛 반점이 몸통을 중심으로 퍼지고 허벅지까지 내려간다.
박테리아에 잠식당하는 것이다. 박테리아가 내는 가스는 몸을 부풀게 하고
직장에서 내장을 분리시키고 혈액을 코와 입으로 몰아간다. 이때 피부가 발포하면서
약간 풀어지고 벗겨지기 시작한다.
한 3주 정도가 지나고 나면 심장과 간, 신장이 탈장되어 액화된다.
그렇게 되면 시체는 뼈만 남게 된다.
본문 中.
위에 옮긴 본문은 정상적으로 죽어(?) 관 속에서 평화롭게 썩는 순서를 적은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저렇게 평화로운 죽음은 절대로 불가능해 보인다.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라니!
표제만을 언뜻 읽으면 SF추리소설이려니 했을 법한데, 이 책은 논픽션이다.
말 그대 죽은 시체를 31번정도 갈기갈기 톱으로 잘라 부위별로 조직은행에
팔려나간다는 끔찍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얼마나 적나라한지 도저히 책을 넘기지 못하고 덮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사실 의학진보의 일환으로 시체도굴이 은연중에 묵인했었던 과거도 있었다.
실험도구를 언제까지 토끼나 쥐로 해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도굴꾼의 시체의
매매는 어찌보면 인류 생존연장에 일조를 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든지 수요가 많으면 병폐는 따라오는 법.
신선한 시체를 제공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생겨나더니 급기야
현대에 이르러서는 완벽한 법조망을 이용한 조직은행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의학 기술의 진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시체시장의 매매업자들은
거대한 자본시장의 한 가운데에서 돈을 틀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거대하고도 치밀한 조직망으로 완벽한 검거는 불가능하다고까지 한다.
읽으면서 참담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진정으로 기증받은 시체를 가지고 살아있는 환자들을 위한 실험으로
사용되는 것이 이 책의 고발처럼 어쩔수 없는 것이라면 말이다!
차라리 공론화하여 질병에 감연된 시체의 부위를 돈에 눈먼 그들의 놀음에 이식받지 말고
(그렇게 이식이 되어 실제로 죽은 정상인이 많다고 한다)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켁.
인간의 존엄성을 인간이 스스로 파괴하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가야 끝을 보일까.
책을 덮으면서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란 기분이 든다.
앞으로 죽을때 유언으로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살림이 어려울텐데 내가 죽거든 머리, 몸통, 다리 깨끗하게 잘라서 제 값 받도록 하렴"

# by | 2007/12/27 22:03 | 책읽는 방(국외)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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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많은 이들이 죽음과 함께 자신의 육체가 다른 이의 생명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라곤 한다. 그들은 기꺼이 시신을 의과대 학생들의 해부 실습을 위해 기증하고, 장기를 꺼져가는 생명에......more
좀더 정보를 알아보고 사야겠습니다..
언젠가 시사 다큐프로에서 기증한 시신을 부위별루 나눠 팔고 있다는
충격적인 영상을 봤는데...동일 선상의 이야기겠군요...^^
정수님 오 놀랐습니다..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뭐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거 부지기수로 일어날걸!"...이런 생각을 하며 봤었죠.ㅜㅜ
장기매매에 대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책 같군요.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ㅎ_ㅎ
이런 문제가 피할수 없는것이라면, 법제화를 해서 ,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고 ,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요즘 거의 텔레비젼을 보지 않아서.. 아무튼 책으로 세상물정을 접하니 저로썬 다행인셈이네요.휴
부기님이 읽으시면 작업에 영감을 더 받으실듯 싶습니다.
akachan님.. 맞아요. 우린 얼마나 더 자극적이고 파격적이어야 충격을 받을까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감성이 점점 더 메말라 가고 있다는 증거겠죠.
인간의 존엄성은 과연 얼마로 생각할까요?
음유천양님.. 하하..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흥미가 잇으신가봅니다.^^
그나마 장삿군들이 판을 치진 않는다는 위로만 빼고 말이죠 ㅡ.ㅡ
이너님.. 그렇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비공개님.. 감사해요. ^^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틀리니 제 판단에 휘둘리진 말아주세요..
의견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