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나무. 엄마가 읽는 시







-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나무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을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덧글

  • 시엔 2007/10/18 00:05 # 답글

    역시 별아저씨 도종환 시인님답네요 ㅎㅎ
  • 김정수 2007/10/18 22:32 # 답글

    네.. ^^

    저렇게 함축적으로 멋지게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어요..
  • 이너플라잇 2007/10/20 01:18 # 답글

    음...너무 좋아요...내가 부족함을 아는것...그리고 그런 내게 기쁨을 느끼는 존재가 있음을 다시 감사하게 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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