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있는 아름다움 / 이외수. 엄마가 읽는 시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되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있을까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아직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이게 바로 기적이라는 건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가을이 오면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글.그림 :  이외수


덧글

  • mONg 2007/08/29 22:40 # 답글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이 구절이 가장 와 닿네요.
    사람을 만나면서 가장 놓치기 쉬운것이 점점 나 위주로 생각해 간다는 것입니다.
    내가 조금만 이해하고 조금만 물러서면 그 사람을 껴안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
  • boogie 2007/08/29 22:43 # 답글

    음..그림이 한층 묵직해 졌군요...
  • D-cat 2007/08/29 22:59 # 답글

    오..멋져요. 그림이랑 번갈아서 있으니까..묘하게 잘 어울리면서요^^
    그림이 한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줄때도 있는 거 같아요.
  • 김정수 2007/08/30 19:03 # 답글

    그림 멋지고..글도 멋지고..

    날씨가 선선하니 그림도 글도 제대로 들어오더군요.
  • 이너플라잇 2007/08/30 22:39 # 답글

    음..그림이 너무 좋은데요..내용도 멋지고...아..저 그림들 벽에 다 걸어놓고 매일매일 보고 싶습니다.....................늘 기적을 꿈꾸며 살아갈래요....
  • 2007/09/25 07: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7/09/25 08: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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