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버리던 날. 일상 얘기들..





지난 주말엔 맘 먹고 애들방 베란다에 위치한 책정리를 했다.
인터넷으로 구입해 금방 쌓여가는 신간책들만 하더라도 우리집 책들은 여느 집들보다 책정리 해야할 시기가 자주 오는 편이다.
내나름 소장가치 기준을 둔 책들 외에는 두번 이상 읽기는 곤란한 책들이 대부분이라 생각되어
책들도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오래된 책들에 대한 정(情)들과 이별을 고하고나니,
분리수거해도 좋을 책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산떠미처럼 나왔다.
아이들 눈높이와 성장단계에 맞춰 책분류를 마치고, 책장에 배치한 책들을 알기 쉽게 애들에게 주지를 시키고
버릴 책들은 노끈으로 묶어 놓았다.

그리고 무거운 버릴 책들을 화요일 오전에 어머니가 분리하시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여
월요일 밤에 낑낑대고 분리수거장까지 날랐다.
두어번 왕복을 하자 지켜보던 경비실 아저씨가 짜증서린 목소리로 내게 핀잔을 주었다.

"화요일 분리수거일인데 이렇게 미리 갖다 놓으면 어떻게 해요? 날짜 관념들이 이렇게 없어서..원!"

왠만하면 그냥 웃으며 넘기는 성격이지만 아저씨의 감정서린 목소리가 영 듣기가 불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맡벌이 부부들의 아침시간은 금쪽과도 같은데, 화요일 아침에 꼭 내놓기도 힘든일 아닌가.
규칙과 원칙은 융통성이 결부되어야 더욱 빛을 낸다고 본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아파트주민들은 공동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텐데
좋은 말을 나두고 왜 꼭 감정을 드러내서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 나도 한마디 하고야 말았다.

"다 정리해서 내놨는데 내일 아침에 안내놨다고 그렇게 화까지 내시는건 뭐예요?"

주민들과 오래 감정 드러내봤자 손해인 듯한 계산이 나왔는지 아저씨는 뒤돌아 서서,

"이 아파트 아줌마들은 너무 드세!!"

<졸지에 드센 아줌마>로 만든 아저씨는 내 기분은 상관없이 갈음을 하는게 아닌가.
저 쪽에서 저렇게 승부를 끝내는데 더 끄는 것도 내 기분만 나빠질 것 같아
에이~! 그냥 어머니가 다음날 고생 안하신 것으로 만족하자..하는 자위를 하고 말았지만 여전히.. 찝찝했다.

방심하고 나갔다가 감정만 상하고 들어와 버린 꼴?.




덧글

  • ZORBA 2007/07/25 14:13 # 답글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은가봐요. 항상 감정이라는게 작은 일에 긁히는 것 같습니다. 큰 일은 큰 일인줄을 알고 마음에 준비를 하니깐 오히려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그건 그렇고 책을 버린다는 건 참 마음이 아프지요. 책 자체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제 책장에도 참 오래되고 더 이상 보지 않는 책들이 있어서 정리해야하는데 아무리 쓸모가 없어진 책이라도 버릴려니 마음이 아파요. 앞으로는 꼭 필요한 책만 사야겠어요.
  • 홧트 2007/07/25 14:26 # 답글

    책은 못 버리겠더라구요.
    먼지만 쌓인다고 그만 좀 정리하라는 친구 말이 귓가에서 울리는 듯 해요.^^;
  • 자미 2007/07/25 16:59 # 답글

    헌책방에 파시지 그랬어요.. 읽는 사람 있을텐데..
  • 김정수 2007/07/25 20:20 # 답글

    아파트생활을 벌써 10년 넘게 하는데도 적응이 안된다고 핑게를 대고 싶을 정도니까요.
    인간관계란 것이 사소한 것에 실망하는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ㅡ.ㅡ;
    책이란 것이 종류별로 누굴 줘야지 하고 평소 관심있게 정리해 두지 않으면 이렇게 청소하듯 없애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엔 조금 더 신경써서 줄사람들을 챙겨야 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자미님 글을 읽으니 정말 예전엔 헌 책방도 동네동네 참 많았던 것 같은데..통 보이지가 않아요? ^^;

  • 소녀일기 2007/07/26 00:04 # 답글

    저희 언니는 ㅡㅡ관리인아저씨를 몇번 다운 시키자, 반장아줌마라는 보스가 부하 3명을 이끌고 나오더군요. 역시 말발로 ko시켜서 그 후로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 D-cat 2007/07/26 00:09 # 답글

    아저씨들는 모든 아줌마가 다 같은 아줌마로 보여서가 아닐까요?
    기분 너무 상해하지 마시고~
    기분내세요~
  • 와니혀니 2007/07/27 11:15 # 답글

    ㅎㅎ
    저두 경비아저씨랑 예전에 분리수거하는걸루 좀 안좋은소리 오고갔어요...ㅜㅜ
    정말 매주 화요일 아침에 쓰레기 버리는일...맞벌이하는 부부한테는 꽤 부담스런일이에요
    아침일찍 일어나 허둥지둥 출근준비하기도 바쁜데...분리수거까지하려니....
    그래서 저희도 신랑이랑 월욜 밤에 늦은시간...베란다에서 확인해보니 경비아저씨가 안보이길래...밤12시정도에 살짝 쓰레기들고 내려가 분리수거하고 있는데.....
    헉,,어느샌가 나타나 막 뭐라고하시는거에요~~ ㅜㅜ
    어차피 낼아침 일찍 내놓는거나...늦은밤 내놓는거나 뭐가 그리 큰일거리라고....
    아휴 그래서 괜히 기분만 안좋아져서....담부터는 걍 화요일 좀 일찍 일어나 분리수거하고있어용~~~

    그나저나..
    정수님 그 책들....저한테 넘기시징!!! ^^;;;
  • 해피해피맴 2007/07/29 12:14 # 답글

    같은 아파트에 살고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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