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의 비애.




법인 결산 회계감사가 명절 휴무 다음 날부터 어제까지 있었다.
명절 끝자락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치룬 터라 홍역을 앓은 듯 몸도 마음도 지친다.

하지만, 사실 이런 피로 따위는 충분한 휴식만 보장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일의 책임감이 삶의 활력을 줄 수도 있다.
성격상 나는 내게 주워진 업무와 책임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다.
게다가 이왕 하는거 이런 저런 핑게와 책임회피로 남에게 눈총을 받긴 싫기도 하고.

하지만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회사결산에 즈음에 바쁜 것이 가족에게 소홀함을 준다는 점이다.
무난히 이해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은게 번번히 부딪치며 겪는 나의 일상이다.

남편은 여지없는 한국의 가부장으로써,
아무리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본인이 퇴근 전엔 앞치마를 두르고 맛있는 반찬을 보글보글 준비하길 바란다.
또한 어머니가 아프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퇴도 불사하고 병원을 모시고 가길 바란다.
아이들도 올바르고 똑소리나게 육성(?)해주길 바란다.
물론 남편의 내조는 기본이다.

요즘들어 많이 외로움을 느낀다.
가장 가까워야할 남편의 부족한 이해심과 나날이 강해지는 가족의 이기심의 진도를
충족시키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나의 모습은 어느틈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투명인간으로 남지 않을까.




by 김정수 | 2007/02/22 13:23 | 일상 얘기들..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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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zzomme at 2007/02/22 14:12
글만 봐도 힘드실것 같네요. 사실 뭔가 힘내시라는 글을 달아드리려다가, 뭐라고 써야할지 마음만 복작목작한게 키보드 자판만 탁탁 치게되는 상황입니다만, 애들은 조금만 자라면 엄마를 잘 이해하는 친구가 된대잖아요. -_-괜히 덧글 달았나 싶게 어버버한 글이지만, 이글루에는 책읽는 엄마를 이렇게나 동경하는 사람도 있으니 사라지지 마세요~
Commented by 석양무사 at 2007/02/22 15:12
어쩌겠습니까. 힘내는 수밖에.
박하스 한병에 우루사 한알 드시고 힘내세요.
Commented at 2007/02/22 15: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7/02/22 15:39
가족들에게 슈퍼우먼의 비애를 터놓고 얘기해 보시면 어떨까요.
무거운 짐을 혼자 들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기는커녕 더 많은 짐을 지워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은 변하지 않는다니 할수 없다지만 아이들에게라도 설겆이나 빨래(세탁기 돌리기, 빨래 걷기), 청소 같은 것은 같이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일찍부터 심어줘야 나중에 '엄마란 존재는 당연히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청명 at 2007/02/22 17:36
투명인간이란 말이 안타깝게 다가오네요.
아직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저이기에 큰 조언은 못해드리지만 그래도 응원 하겠습니다.
힘내세요!
Commented by sweetpea at 2007/02/22 18:07
저희 엄마도 아마 일하는 여성으로서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하셨겠지요.
저도 그렇게 엄마의 희생을 강요하며 누린 편안함이 분명 있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감히 뭐라 다른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힘내세요!!
Commented by chocochip at 2007/02/22 19:20
후우... 저도 얼마전까진 부모님 그늘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퍼우먼인 엄마들에 대한 미안함이 생기네요. 혼자 살아도 살림하는 게 빠듯한데 가족을 건사하려면 얼마나 힘들어요. 가족들을 이해시키라는 둥 말은 좋지만 남을 이해하는 일이 쉽게 되나요. 무책임한 위로의 말- 힘내시라는 말 밖엔 없네요.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7/02/22 19:59
나누세요. 슬픔도 즐거움도 괴로움도 희망도....
Commented by D-cat at 2007/02/22 21:42
많은 일을 하는 어머니들이 느끼시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남편의 이해가 정말 힘이 되는데 말이죠.
화이팅!
가족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장딸 at 2007/02/22 22:43
아...정수님의 글을 보다보면, 인생살이 예습한다는 느낌이 가끔 듭니다.
잘 이겨내시구요, 후배 수퍼우먼들을 위해 멋지게! 헤쳐나가실 빌어요~ ^^
Commented by 찬솔 at 2007/02/23 08:01
비슷한 상황이 아니라도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 글입니다.
(장딸님 말씀처럼 인생살이 예습이란 생각도 들구요.. )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게 따뜻하고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가끔은 무거운 짐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풀어가시길 바래요~
기운내세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7/02/23 20:48
진심어린 말씀들 잘 새겨 담겠습니다. 꾸벅..
Commented by Rockman at 2007/02/23 22:01
전형적인 한국 커리어우먼인거 같네요^^ 파이팅입니다~
Commented by jsoo at 2007/02/23 22:18
정수님은 또다시 멋지게 현명하게 이겨내실거 같아요... ^^
Commented by boogie at 2007/02/23 22:58
멋지신데요..
가족이 모두 님의 노고에 감사하고 있으리라 생각 됩니다..
표현의 문제이지만...헤~
Commented by sol- at 2007/02/24 00:15
제가 아직 결혼 이라는걸 안해봐서...이쪽 저쪽 편들 상황은 아니네요....;
어쩌면 나도, 위에써져있는 한국의 가부장의 모습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ㅎㅎ
힘들일 현명하게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Commented by at 2007/02/24 12:48
가족들에게 분담을 요구하시면 안 될까요?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습은 존경스럽습니다만,
사실 가끔 웹 상에서 보이는 정수님의 모습은 슈퍼 우먼 그 이상이라
사실 좀 많이 안쓰러워요. --

어머님이 편찮으실 때라든가는 남편 분이 모시고 가는 것도
정말 필요하고요(남자분들 중엔 아내에게 맡기도 본인은 너무 무심하신 분들도 많죠),
식사 준비도 가족들이 좀 나눠서 했으면 좋겠더군요.

--;
(망설이다 덧글 올립니다. 남의 가정사에 말씀 드려봤자 좋은 소리 못 듣는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만)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7/02/24 17:09
민님.. 감사합니다. 님의 글 읽으면서 괜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요즘 많이 힘들고(아버지도 아프시니까 더욱 맘이 약해졌는가봐요) 정신적으로 외로워서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내야 할지 방황하고 있었어요.
누구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 보다 내 자신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해내야 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언 잘 새겨 들을께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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