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해. 책읽는 방(국내)






무당이 될 사람은 자신이 모실 신을 받아야 했다.
신을 받고 그 신을 모시고 나면 신어머니가 방울과 부채를 치마폭에 던져 줬다.
신어머니 무당은 새끼 무당의 치마폭에 무구를 던져 주기 전에 하염없이 구슬픈 목소리로 축원하였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다시 넘어지면 또다시 일어나라.
수없이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라고, 그러면 설 곳이 있으리라고 신어머니 무당이 말했다.
방금 두터운 알을 깨고 나온 새끼 무당에게.

나는 울고 있는 새끼 무당과 준엄하고 한없는 연민의 정이 가득한
신어머니 무당을 지켜보면서 자꾸만 따라 울었다.
내 내면 깊이 쇳동이처럼 들어앉아 있는 무당에 대한 경멸이 부끄러웠고 누가 내 인생에 대해
저토록 아름답게 격려해 줬던가 하는 사무치는 외로움 때문에 울었다.


-넘어지면 일어나라 / 이경자 본문 中.




어느 날,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낙담하여 방 안에 틀어박혀 허공을 쏘아보고 있는 나에게
앞에서 말한 나의 가족이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다.
나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이 내 고통의 순결함을 잃는 행윌도 되는 양 입을 굳게 다물고
꼼짝 않고 있었다. 한동안 조용히 있던 그가 얼음도 얼릴 만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최소한 너만큼은 힘들어. 다들 제 몫을 견디며 사는 거야."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나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질량으로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는 사실을 한 번도 고려해서 행동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 골목에서는 한 가족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저 가족 중에도 늘 가장 먼저 인내심을 잃는 사람이 있다. 오늘도 역시 그가 먼저 괴성을 지르면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 옛날 나의 가족 중 하나가 얼음처럼 차갑게 아둔한 나를 깨워 줬던 것처럼
싸움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며 되뇌어 본다.

"다들 제 몫을 견디며 사는 거야."


-다들 제 몫을 견디며 사는 거야/ 조은 본문 中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에게서 온전한 자신만을 향해 들었던 달콤한 말이라 든가,
쓰디썼던 일침의 소리라 든가, 격려나 힘을 줬던 한 마디를 우리는 잊지 않고 안고 살아간다.

바로 자신을 '움직인 한마디'라 하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저명인사서부터 이름도 생소한 시인들의 경험담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들이 실제로 경험했던 진솔한 경험을 고백하는 듣는 시간이 된 느낌이었다.

그들도 평범한 나처럼 힘든 시기도 있었고 실수 투성인 시기가 있었다.
그런 비슷한 어울림이 안심을 받으며 미소짓게 만든다.

완전한 인간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완전한 동기를 주게 만든 한 마디를 잊지 않고 사는 것은 최소한 여유로운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게 만드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진심어린 말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사람의 인생을 달리 보게 만들고 어쩌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덧글

  • 소마 2007/02/03 21:48 # 답글

    휴.. 강풀님의 26년 아세요? 그 때 이야기를 다룬.
    정말 마음 굳게 먹고, 작정하고, 볼려는 차에 이 포스팅을 읽게 되네요.
    자신을 '움직인 한마디'나 그 때 이야기나, 둘 다 잊지 말아야할 내용이네요..
    항상 여기 오면 힘내서 갑니다. 고맙습니다. ^^
  • 김정수 2007/02/03 21:57 # 답글

    소마님.. 강풀님은 유명하시니까요..^^ 힘나셨다니 저도 너무 기쁘네요. 자주 뵈요.
  • 산진스 2007/02/03 23:09 # 답글

    누구나 고민은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의 레벨이 다른 것, 맞서는 방식이 다른 것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 롤리팝 2007/02/03 23:55 # 답글

    다시한번 힘을 내야 겠네요... 화이팅입니다 ^^ 저두 화이팅할래요 ㅎㅎ
  • 멍달이 2007/02/04 00:39 # 답글

    오늘 회사에서 상사한테 구박받아서 의기 소침해졌어어요... 퇴근해도 계속 우울했는데...
    이 글 읽고 홧팅해요~ 책 사서 봐야겠네요 ^^ 고맙습니다.
  • 청명 2007/02/04 01:49 # 답글

    정말 그렇네요. 난 나의 몫을 견디며, 누군가는 그 자신의 몫을 견디며.. 내 몫의 짐이 한결 가벼워지는 글귀네요.
  • 달을향한사다리 2007/02/04 02:02 # 답글

    나만 짐이 큰 것 같은데, 내가 견딜 몫만 큰 것 같은데 하는 생각 때문에 힘들 때 읽으면 맘을 어루만져 줄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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