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 <GO> 엄마가 뽑은 베스트셀러






어릴적-전쟁 중의 일이다-아버지는 일본 사람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옛날에 조선(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으니까.
일본 국적과 일본 이름과 일본 말을 강요당한 아버지는 어린이 되면 '천황폐하'를 위하여
싸우는 군인이 될 예정이었다.
부모가 일본의 군수 공장에 징용을 당하는 바람에 어린 아버지도 함께 일본으로 건너왔다.

일본이 패하고 전쟁이 끝나자 아버지는 더 이상 '일본 사람'이 아니었다.
이어 일본 정부로 부터 '볼일이 없어졌으니 돌아가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허둥대다 보니,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조선반도가 소련과 미국의 알력으로 북조선과 한국,
두 나라로 갈라지고 말았다. 일본에 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어느쪽이든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인 아버지는 북조선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유는 북조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절한(할)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과, 일본에 있는 조선인(한국인)에게
한국 정부보다 더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연으로 우리 아버지는 조선 국적을 지닌 소위 '재일 조선인'이 되었다.


본문 中.



인용한 본문의 내용이 보여주듯이 이 소설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네시로 가즈키'가 다룬 재일동포에 관한한 이 소설은 짜증스럽고 답답한
답안지 없는 우리네 현실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그만의 시원한 문체로 소설에서 느끼는
속시원한 결론과 해답들로 인해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주인공 '스기하라'는 위 본문의 아버지의 아들로써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자로 조총련활동을
열성적으로 한 아버지 덕분에 <조총련>계 초.중등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으로 국적을 옮기고
일본계 고등학교를 진학한 신체 건강한 일본인이다.

그는 권투선수였던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 주먹을 잘 써서 일본인들에게서 이지메를 겪는
고통을 겪지는 않지만 일본여학생 '사쿠라이'를 만나면서 전혀 문제시 되지 않았던
국적의 정체성에 깊은 고민을 하게 되며 절친한 친구였던 '정일'이가 일본청년에게 칼에
맞아 죽으면서 '사쿠라이'와도 결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스기하라'의 사춘기 연애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 속에 진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적의
문제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냥 '읽기'만 하면 안되는 무거운 책임감을 준다.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는 현실을 마냥 겉돌기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마냥 정부에게만 책임회피를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과연 누가 피해자 인지 정말 선을 긋고 살만큼 인종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
가벼우면서도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 소설로써 뜨겁게 외치고 있었다.

저자의 마음을 읽을만한 대목을 끝으로 옮겨본다.

..


나는 소설의 힘을 믿지 않았다.
소설은 그저 재미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책을 펼치고 덮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정일이는 늘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덧글

  • Newtype 2006/10/30 21:09 # 답글

    가네시로 가즈키는 소설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은연중에 많이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GO의 스기하라도 그렇고 레볼루션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의 '더 좀비즈' 멤버중 박순신도 그렇고...
    한번 만나보고 싶은 작가입니다.
  • hannah 2006/10/30 21:12 # 답글

    이 작가 책을 읽노라면 가슴이 데워져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답니다 ^^ (좋아하는 작가에요)
    사회에서 소외받는 비주류 변두리인들이 반짝반짝 빛나서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 김정수 2006/10/30 22:47 # 답글

    Newtype님.. 그러게요. 책날개에 얼굴하나 보여주지 않는 작가다 보니 신비한 느낌이 더욱 강하게 오는 것 같아요.
    괴짜 작가로도 유명하다죠? ^^;

    hannah님.. 그러시군요. 무거운 주제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가벼움이 그의 특징인 듯 보여기도 합니다.
  • 세헤라 2006/10/30 23:34 # 답글

    책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평소에 주변 친구들에게 [Go] 를 많이 추천합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든, 전연 읽지 않든 상관없이 반응이 좋더라고요. ^-^

    이야기가 심각해져 갈 때마다 나오는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나의 연애 이야기이다." 라는 다짐이 참 상큼했습니다.

    스기하라는 참 멋진 남자죠. 덕분에 재일교포 남성은 다 이렇게 멋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여성들도 많다고 책 뒤 해설에 나오더군요. -_-;; 웬지 찔렸답니다.
  • 넋두리 2006/10/31 07:31 # 답글

    제가 좋아하는 작가중의 하나죠. 기존의 재일작가들이 무거운 필체로 쓰는 반면 꽤나 유쾌한 글들을 쓰시죠. 이것도 한국에서 영화로 나왔는데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린걸로.... 내용은 거의 책과 흡사합니다.
  • 2006/10/31 11:5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랄라 2006/10/31 14:01 # 삭제 답글

    마지막 말에서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 롤리팝 2006/10/31 15:10 # 답글

    화려하고 시끄러운 일이 많아질 수록 저도 따라가게 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책과 좀 더 친해지려구요...
    예전에는 정말 많이도 읽었는데 요즘엔 그게 잘 안되네요 ㅜㅜ
  • numa 2006/11/01 01:19 # 답글

    이 책이, 번역이 좀 순화되어 원작의 거친 맛이 없다고 하죠 ㅋ
    영화는, 포스터에서부터 뭔가 어둡고 거친 느낌을 줍니다 ㅋ
    (아, 사실 저도 못봤어요-_-;)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은 저도 좋아해서 국내에 출시된 것 중에서
    "연애소설"빼고는 다 있네요 ㅋ
    제가 이 소설을 읽고 썼던 글도 트랙백합니다^^;

    덧.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고 글 올리겠습니다 ㅋ
  • 김정수 2006/11/02 20:04 # 답글

    세헤라님.. 그것이 독자를 읽는 저자의 능력이겠지요.
    아차피 소설로 무거운 주제를 꺼냈으니까 담든 안담든 독자의 그릇에 맡기겠다는 의미겠지요.^^

    넋두리님.. 영화로도 나왔다고 얘길 들었어요. 책과 같다니 제대로된 영화였겠군요.^^

    랄라님.. 네..^^ 저도 그 대목이 멋져서 옮겨본 거랍니다.
  • 김정수 2006/11/02 20:05 # 답글

    롤리팝님.. 선선한 이 가을에 책 한권 귀찮더라도 가지고 다녀보세요. ^^ 가까운 곳에 있다면 시작할 수 있어요.

    numa님.. 감사해요. 저도 가서 읽었습니다.^^ 글을 차분하게 잘 정돈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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