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밥은?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을 하는 나는 중학교 다니는 큰애와 남편이
식탁에 앉기 40분 전에는 일어나 압력밥솥을 앉치고 국을 끓인다.

그리고 내 준비를 마치고서 시간이 대략 3분~5분 정도 남으면
따로히 밥을 푸지 않고 남편과 큰애가 먹다 남은 밥을 대충 서서 먹고
아침밥을 갈음하곤 한다. 그나마 시간이 부족하면 그냥 뛰어 나가지만..

물론 나도 버젖히 밥을 퍼서 단정히 아침을 챙기고 싶지만 우선 귀찮고
분주한 아침시간대에는 번번히 불가능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그나마 시간이 부족해서 화장을 하는둥 마는둥 찍어 바르고
겉옷을 걸치는데 부엌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에미야~ 에비 밥 먹다 남겼다. 이거 먹고 가야지~"

멈칫.

내가 스스로 의도적으로 밥을 먹을땐 몰랐는데,
어느새 나의 존재는 어머니에겐 음식물 처리반으로 인식된 것일까?

"아뇨~ 배 안고파요.."

하고 얼버무리며 허둥지둥 현관을 벗어나는데 '이건 아닌데..'싶은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도는 것이었다.




by 김정수 | 2006/04/20 20:30 | 일상 얘기들..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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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6/04/20 21:05
에구...
저도 아침은 안 먹거나 남는 거 먹거나 하는데...

언젠가 학창시절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아들만 둘 있는 분이셨는데 아들이든 남편이든 먹다 남긴 밥은 그대로 두었다가 다음 끼니에 남긴 사람이 먹도록 한다고...
이건도 연습이고 습관이지 싶어요.

아끼려고 시장 옷만 입었더니 예단 준비하는 신부에게 울 엄만 싸구려만 입어, 비싼 거 하지 마 했다는 슬픈 얘기도 떠오르고... -_-;

예쁘게 푼 밥, 우아하게 드실 날 꼭 있길 바래보며...
Commented by 푸른마음 at 2006/04/20 21:22
아내와 엄마의 모습만이 아닌, 김정수님 자신의 모습도 필요한 법이지요.
그러니 괜히 남기는 밥 드시지 말고 항상 따로 퍼서 드세요.
남기는 것도 스스로 처리하게끔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6/04/20 22:19
가끔 엄마가 아침으로 아빠가 남기신 걸 드시더라구요..
그게.. 근데 좀 속상해요..
따뜻한 밥 정갈하게 새로 떠서 드셨음 좋겠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breeze at 2006/04/20 23:59
언젠가 어머니께서 저에게 무심코 "ㅇㅇ야~ 이거 얼른 먹어 치워야지" 하셔서 속으로 '뜨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마도 그런 것이 어색하지 않으셨나봐요.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또 죄송하기도 했죠..
Commented by inner at 2006/04/21 01:21
왜 남기는 거 드세염...어머님도 참.....
넘 바빠보이는 정수님의 일상에 아련합니다..ㅠㅠ
Commented by 뽀스 at 2006/04/21 09:44
아이고... 이거 웃어도 되는 이야기 맞아요?
너무 웃겼어요! ㅋㅋㅋ
Commented by Gadenia at 2006/04/21 10:25
아.. 뭐 할 말이 없습니다. 저같았으면 무심코 버럭 했을지도 몰랐을거라는 생각이... ^^;
Commented by 따뜻한밥 at 2006/04/21 10:30
밥을 조금만 떠서, 식구들이 자기밥 다 드시게 하구,
따뜻한밥 드세요...
Commented by 홧트 at 2006/04/21 18:14
저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절대!
스스로가 자신을 챙겨주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챙겨주기 힘들답니다.
바쁘시더라도 따뜻한 밥 예쁘게 담아서 드세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6/04/21 19:40
흐~ 제대로된 밥상 차려먹기에 노력해 보겠습니다.^^;;
Commented by runaway at 2006/04/25 06:04
한 주걱 분량이라도 좋으니 천천히 아침을 드시고 가실 수 있는 여유가 있으셨으면 좋겠네요.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하루의 첫 끼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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