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저녁밥 대신
창가에 앉아
콩을 까먹는다
삶의 의식
엄숙하지만
성가실 때가 많다.

청춘 한가운데선
본능으로
밥을 먹었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삶을 씹는
거룩한 의식이라는 것을


의식 詩 / 우리들의 시간 中



살아있는 이시대의 대작가인 박경리 할머니의 시전집이다.
표지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 경우 시는 창조적 작업이기보다
그냥 태어난다는 느낌이다.
바람을 질러서 풀숲을 헤치고
생명의 입김과 향기와 서러운 사연이
내게로 와서 뭔가가 되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시를 한장씩 음미하다보면
서두에 고백했듯이 그녀의 삶의 고백에 솔직하고 소박한 믿음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곧 친근감으로 다가 오는 것을 느낀다.

가끔 생경스런 단어들로 갸우뚱 하지만 뭉퉁거려 지나치며 그녀의 느낌이려니
하고 읽다보면 저절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많다.

그런 느낌의 대표적인 것이 위의 '의식'이란 시다.

일상의 소박하고 아픔. 그리고 삶의 고백이 감히
어쩌면 나에게도 시심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by 김정수 | 2006/03/21 20:13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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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으니 at 2006/03/21 22:09
정말 글 잘쓰는 사람들 보면 한없이 부러워요.
전 생각이 짧아서 글을 잘 못쓰는 걸까요?
어째 본문과 전혀 상관없는 덧글만 달고 가는군요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inner at 2006/03/22 02:33
최근 간일까요...
오래 전의 시들을 모은 것일까요..
찾아볼께요...
우리의 일상과 삶자체야 말로
가장 값진 시인 듯 합니다.
비록 상징들은 잘 없어도...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6/03/22 14:43
정으니님..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지는 글을 보면 부러움이 저절로 들지요.. 죄송하긴요.^^;

inner님.. 90년대 신작 시들을 모은 작품집이라 다소 낯설거예요..^^
Commented by mONg at 2006/03/23 00:21
요즘 박경리님의 초기작 '김약국의 딸들'을 읽고 있습니다.
역시..... 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
저는 얼마나 더 내공을 쌓아야 그분의 맛깔스럽다 못해 마음에 쓴 맛까지 표현 할 줄 아는 그런 문장과 단어들의 흉내라도 낼까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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