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오늘 새벽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놀란 수화기 속에는
시댁 작은 할아버지의 부고를 알리는 작은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 있었다.

순간적으로 달콤한 잠을 깨운 부고에 대해 짜증이 밀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현실적으로 닥쳐올 불편함(어머니가 또 시골에 내려가시겠지..
애들 등교준비는 또 어떻하나..)이 작은 할아버지의 슬픔보다
이해타산을 매기듯 내걱정으로 다가온 것은 솔직한 첫번째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내 죽음에 대한 경건함을 놓친 나의 짧은 마음을 반성했다.

할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과연 어떤 사색에 잠기셨을까..
문득 톨스토이의 단편집 모임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떠올랐다.

고등법원 판사의 높은 직위에 있는 '이반 일리치'는 높은 직위에서 얻는
모든 기쁨을 얻는 생활을 하던 중 이름모를 병에 걸려 서서히 죽음을
직면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데,
기정화된 죽음을 앞두고 본인 및 가족,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단상을 독자들로 하여금 보고 느끼게 만든
다소 무거운 주제의 소설이라 하겠다.

이반의 와이프는 이반이 죽은 뒤 받을 연금 규모가 줄어들까봐 걱정을 한다.
사교계의 명사인 딸은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자신의 결혼 계획이 틀어질까
걱정하고, 동료 피요도르는 이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거라고 은근히 기대까지
하는 것을 발견한다.

이반은 주위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한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직위였다는 사실에
인생의 허망함과 슬픔에 휩싸이지만 이미 깨달은 그 순간은 죽음과 너무나
가까운 거리여서 어찌해볼 도리없이 포기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톨스토이만의 독특한 문체와 사상을 옅볼 수 있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책에는 이 소설 외에도 '세 죽음','주인과 하인' 등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세 소설 모두 인생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삶을 어떤 의미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자아의 실현의 과제를 느끼게 만든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죽음은 인정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은 인정하기 싫어하는 이상한 고집이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겸허히 인생을 바라본다면 삶에 대한 애착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진실이 묻어나는 관계를 맺지 않을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by 김정수 | 2006/02/14 21:44 | 책읽는 방(청소년,초등) | 트랙백(3)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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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주니의 블로그 at 2006/12/15 17:42

제목 : 제발 날 좀 조용히 죽게 내버려둬 - 이반 일리치의..
2년전인가? 등장인물들의 무지막지하게 긴 이름 때문에 고통스럽게 읽었던 책이 있었다. 레프 톨스토이의 "부활"이다.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온몸을 휘감는 듯한 중후함이 아직도 선하다. 하지만, 나에게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 이름의 압박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 그냥 읽다가 포기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같은 놈에게는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more

Tracked from 주니의 블로그 at 2006/12/15 17:43

제목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마지막 장면의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겨본다. "근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는 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어디에 있는 거지? 죽음이라니? 그게 뭔데? 그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죽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바로 이거야!"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좋을수가!" 죽는 순간에 사람들......more

Tracked from 주니의 블로그 at 2006/12/15 17:49

제목 : 아버지
최근에 두명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한명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주인공 이반 일리치이며, 다른 한명은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에 나오는 아버지(톰 크루즈)이다. 이반 일리치의 직업은 법원에서 일하는 고위 공무원(검사)이다. 물론 검사가 되기위한 일련의 엘리트 코스를 잘 밟아온 케이스다. 직장 상사들의 신임을 받아 항상 앞선 승진을 했으며, 자기가 원하는 직위와 급여도 받았다. 비록 결혼 이후, 아내와 불화......more

Commented by 거울세상 at 2006/02/14 22:58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시죠? 글을 보닌깐..잘 지내고 계신거 같아요^^ 옆에 '힘내'글을 보니...갑자기 가슴에서 뭉클해지는건 뭔지...주룩주룩..;ㅁ;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6/02/15 12:15
거울세상님.. 오랫만이세요^^ 너무 뜸하셔서 걱정했답니다.^^
힘드신 시기인가 봅니다. 거울세상님 주위에는 따스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잖아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홧트 at 2006/02/15 16:40
삶과 죽음의 문제는 항상 어려워요.-_-
Commented by inner at 2006/02/16 00:52
이 글을 보니까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생각나요...인간은 정말, 죽음이란 것의 성찰을 통해서 다시 태어나는 거 같아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6/02/16 21:37
홧트님.. 어렵고도 공허한 문제의 발견이지요..

inner님.. 죽음이라는 것을 자신과 결부시켜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우리에겐 낯설고 어려운 것이라 그런가봐요.
Commented by 토토 at 2006/02/20 15:42
톨스토이는 늘 삶과 죽음..사랑과 욕망 등.. 인간에 대한 가장 깊은 곳을 들춰내는 글을 쓰는 것 같애요..아.. 톨스토이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리뷰를 보니 왜이렇게 반가운지.. ^^ 저도 모르게그만.. 갑자기 톨스토이의 '악마'라는 책도 다시 읽고 싶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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