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순위 엄마.



퇴직한 직원이 모처럼 내 퇴근시간 맞춰 전화가 와 저녁 한끼 간단히 먹자고 했다.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니 모처럼 저녁 먹고 얼른 퇴근하면 되지 싶어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저녁만 먹고 들어가겠다고 집에 전화를 넣으니
어머니가 덜컥 역정을 내신다.

생전 늦지 않던 중학생 용석이가 6시 30분이 넘도록 연락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연락없이 늦을리 없는것을 알기에 혹시라도 동생 용희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니, 용희가 '아차! 형 조별 숙제로 늦는데요!'하는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렸고,
안심이 된 나는 조별활동하면 일찍 오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쳤음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풀리지 않은 어머니는 그래도 그렇지 너무 늦지 않느냐고.. 넌 걱정도 안돼냐며
친구들에게 어서 연락을 다 하라고 빠른 어조로 말씀 하셨다.

모처럼 찾아온 반가운 직원을 앞에 앉혀놓고도.. 어머니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는 나는,
용석이의 친구집에 하나하나 전화하느라 여기저기 미아를 찾는 엄마꼴이 되어
이집저집 기웃거리는 꼴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근처 아파트에 있는 것을 확인시켜 드렸고,
어머니는 그제서야 수화기를 내려놓으셨다.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 되어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뜨다가 일어서고야 말았다.

어머니가 이러실땐 난 참 기분이 우울하다.
조별 숙제가 있다고 며칠전부터 용석이가 한 얘기도 있었고, 아이들이 웅성거리듯 모이면
쉽게 의견조율이 어렵다고 말씀을 드린적이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자식을 어머니만큼 사랑하지 않는 취급을 받는거 같기도 하고,
늦는 것에 대한 걱정을 무시하듯 냉담한 어미로 생각하시는것 같아서다.

물론 아닌것을 알지만 말이다.







by 김정수 | 2005/10/26 22:27 | 일상 얘기들..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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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5/10/26 22: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10/27 08:14
비공개님.. 고마워요..^^
Commented by 해피맘 at 2005/10/27 09:18
글 읽으면서 내내 어쩜 이리 나와 똑같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일하는 엄마들이 겪는 어려움이 참 많아요..저도 늘 반쪽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이쪽 저족에서 허둥대는 반쪽..너무 속상해 나는 반쪽인생이야~ 하면서 가족에게 속상하다고 털어 놓았어요..어머니께도요..노력하지만 늘 끼어 있는 나를 보면 서글프다고...정수님! 정수님은 2순위 엄마가 아니라 1순위 엄마예요~. 기운내세요~
Commented by 뽀스 at 2005/10/27 11:14
흠.......
전 아직 자식을 낳아서 길러보지(당연하자나.... ㅡㅡ;;)않아서 아직 그런기분을 모르겠어요~
흠...
하지만 손자 걱정하는거... 손사사랑이 커서 그런거 아닐까요 ^^
Commented by 꿈꾸는풍경 at 2005/10/27 12:10
음...제 주변에서도 아이 키우는 문제에 있어서 시어머님과 의견이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가 여럿 있는거같더군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Gadenia at 2005/10/27 12:39
힘내세요~ 제가아는 정수님은 좋은 어머니세요. ^_^
Commented by Eternity at 2005/10/27 13:24
정말 타이밍도 맞지 않게 일이 생겨버렸네요..

윗분들 말씀대로 정수님은 좋은 어머니 멋진 어머니세요 !!

힘내셔야 해요 !!
Commented by 넋두리 at 2005/10/27 13:28
걱정은 할머니가 우선이지만 정작 아이들은 어머니가 우선이죠...그래서 은근히 할머니들이 섭섭해하죠..
Commented by 홧트 at 2005/10/27 18:26
제 어머니도 조카들 걱정 하는 것 보면 제가 그만하라고 말리고 싶을 정도예요.
할머니들의 애정어린 관심이라 생각하시고, 훌훌 털어버리세요.
아이들에겐 뭐니뭐니해도 엄마가 최고예요!^^
Commented by Wanderer at 2005/10/27 21:50
인간의 심리는 복잡한 것이죠.
손자 걱정. 딸(며느리?) 걱정. 약간의 질투.
약간 에고. 뭐... 그런...
또는 그 나이 레벨에 도달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어떤 무언가가 있겠죠.

어쨌거나 김빠진 저녁을 하셔서 안 되셨습니다.
한국에서 자식 둔 어머니로 사회생활 하시는 특정 연령대분들에게
아마도 비슷하게 적용되지 않으려나~합니다만.

장가도 못 간 주제에....
제가 말이 많았군요.
그나저나 그런 것도 가사분담에 들어가나요?
흐음...
Commented by Bohemian at 2005/10/30 09:37
시어머님께서 자식을 생각하시는 마음이듯
정수님도 아이들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는걸
알아주시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5/10/31 06:16
어머니 모시고 사는 친구가 겪는 일상과 비슷해요.
사실 친어머니하고도 그럴 수 있으니...
지금쯤은 또 잊으셨죠? ^^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10/31 08:21
감사합니다.^^ 푸념의 일환이었는데..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진심어린 격려도 감사하고요.
늘 그렇지만 잘 지내고 있답니다. 감사해요.
Commented by 편지이야기 at 2005/11/06 21:09
우우..[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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