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한 직원이 모처럼 내 퇴근시간 맞춰 전화가 와 저녁 한끼 간단히 먹자고 했다.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니 모처럼 저녁 먹고 얼른 퇴근하면 되지 싶어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저녁만 먹고 들어가겠다고 집에 전화를 넣으니 어머니가 덜컥 역정을 내신다. 생전 늦지 않던 중학생 용석이가 6시 30분이 넘도록 연락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연락없이 늦을리 없는것을 알기에 혹시라도 동생 용희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니, 용희가 '아차! 형 조별 숙제로 늦는데요!'하는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렸고, 안심이 된 나는 조별활동하면 일찍 오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쳤음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풀리지 않은 어머니는 그래도 그렇지 너무 늦지 않느냐고.. 넌 걱정도 안돼냐며 친구들에게 어서 연락을 다 하라고 빠른 어조로 말씀 하셨다. 모처럼 찾아온 반가운 직원을 앞에 앉혀놓고도.. 어머니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는 나는, 용석이의 친구집에 하나하나 전화하느라 여기저기 미아를 찾는 엄마꼴이 되어 이집저집 기웃거리는 꼴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근처 아파트에 있는 것을 확인시켜 드렸고, 어머니는 그제서야 수화기를 내려놓으셨다.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 되어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뜨다가 일어서고야 말았다. 어머니가 이러실땐 난 참 기분이 우울하다. 조별 숙제가 있다고 며칠전부터 용석이가 한 얘기도 있었고, 아이들이 웅성거리듯 모이면 쉽게 의견조율이 어렵다고 말씀을 드린적이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자식을 어머니만큼 사랑하지 않는 취급을 받는거 같기도 하고, 늦는 것에 대한 걱정을 무시하듯 냉담한 어미로 생각하시는것 같아서다. 물론 아닌것을 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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