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방 메고 가는 중학생.


어제는 중학생인 용석이는 서울랜드로 가을소풍을,
초등학교 4학년인 용희는 이천 도자기마을로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었다.

우연이었겠지만 이렇게 같은날 소풍을 가니
엄마 입장에선 한번에 김밥을 싸니 다행이다. ^^;

부산을 떤 아침 뒤에
소풍가방을 들러맨 용석이를 보며 뿌듯한 마음을 동반한채
용석이와 마을버스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마을버스 줄을 기다리는(소풍을 가는) 중학생들의 차림새가
영 가벼운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의야해서,

"너희는 소풍 가는데 빈손으로 가니?"

라고 희둥그래한 눈으로 물어봤더니만,

"돈 가져가는데요? 가서 사먹으면 돼요"

아..그런 편한 방법이 있었구나.
난 왜이렇게 세련된 엄마가 아닌 것일까..
부산을 떨며 김밥을 싼 뿌듯한 아침이
돌연 미련한 아침으로 돌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가벼운 옷차림의 아이들 틈에 가방을 맨
아들의 걸음을 보면서
서울랜드에서 놀림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마져 들었다.

..

퇴근후 집에 들어가니 용석이가 불쑥 강아지 핸드폰줄을 들이 밀었다.
엄마꺼 밖에 못샀다고 말하는 밝은 표정의 용석이를 보니 마음이 놓여,

"김밥 혼자 먹느라 챙피했니?"

종일 궁금했던 마음을 꺼냈더니,

"아뇨~ 애들은 햄버거 먹는데 전 김밥 먹으니까 도리어 부러워 하던데요? "

..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착한 용석이 때문에
난 행복하다. ^^


by 김정수 | 2005/10/19 10:20 | 일상 얘기들..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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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ariel at 2005/10/19 10:26
이쁜 아드님~ 언제나 부러워요 ^^
Commented by 윤사장 at 2005/10/19 10:29
사먹는 것보다는 엄마표 김밥이 휠씬 더 좋아요.
저희때도 주로 사먹는 애들이 많았지만 역시나 싸가는 쪽이. ㅎㅎ
엄마가 말아주던 김밥 꽁다리를 먹어야 진정한 소풍인게지요.
Commented by FAZZ at 2005/10/19 10:41
김밥보다는 유부초밥 ^^ (너무 앞서가나요? ㅎㅎ)
Commented by 홍군 at 2005/10/19 10:42
아! 정말 따뜻한 가정사를 말해주는듯..

어렸을적 어머니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홍군과 여동생이 동시에 소풍을 가면 편하겠다고.. 그럼 김밥을 한번에 싸니깐;; 솔직히 전 그런일이 없길 바랬고 그런일도 없었습니다.

동생이 소풍가면 동생때문에 그날 학교에서 김밥을 점심으로 가져갈수있고, 제가 소풍을 가면 동생이 학교에서 김밥을 가져갈수있으니 좋았죠.. 사실 고등학생정도 되면 소풍이 즐겁지도 않게 되버렸지만, 김밥 먹는건 항상 좋답니다.

요즘도 천원에 한줄짜리 김밥을 즐겨먹고있습니다.
활용품 삼각김밥도 있어요~~~~ -0-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10/19 11:06
Nariel 님.. 엄마맘을 이해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윤사장님.. 하하.. 김밥 꽁다리^^;; 김밥 썰때 ALL 제 차지죠.. 근데 진짜 그게 더 맛있어요.

FAZZ님.. 유부초밥이 저도 맛있던데..애들은 별로 라고 하대요.

홍군님.. 푸하하하.. 너무 웃겨서 (활용품 삼각깁밥에 쓰러졌어요^^) 엄마들 맘은 다 같나봐요. 한방에 끝내고 싶잖아요^^
Commented by purpledog at 2005/10/19 11:19
얼마전 초등학교 앞 김밥집에 애들이 줄 서 있는 걸 봤어요. 소풍날인데 김밥 사가려고 줄 서 있다더군요.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싸고, 편하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그 애들이 불쌍해지더라구요. 소풍가는 날에는 설레여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 만드는 엄마 옆에서 조잘대며 꽁댕이를 주워먹곤 했는데...그 기억은 지금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거든요. 용석이는 행복한거죠~ 흐흐..
Commented by 불량주부 at 2005/10/19 11:33
저희땐 소풍전날 마트가서 이것저것 과자며 음료수며...
최고로 신나는 날이였는데... 참 많이 변한것같아요!!!
Commented by 작은세상 at 2005/10/19 11:42
전 소풍가는 아이들때문에 전철이 괴롭다고 불평이 늘었는데;; 하핫;
새삼.. 엄마가 김밥싸는 풍경이 그립네요~^^
지금은 엄마가 우리들 어디간다고 김밥쌀일도 없지만요, 용석이가 무척이나 착하고, 부럽네요.. 전엔 왜 모르고 지나가는지;;;
Commented by 꾸자네 at 2005/10/19 11:58
누가 아들은 어미의 기분을 몰라준다 하였습니까^^
저도 아들이지만 엄니와 더 대화를 많이 하는 걸요~
외동이라 그런지 엄니가 제 큰 누나 같다니까요~ 히히히..^^
소풍은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도시락이 빠지면 세련되지가 않아요~~!! 암!! ㅡ.ㅡ
Commented by 홧트 at 2005/10/19 13:14
소풍에 역시 김밥이에요.^^
아무리 사먹어도 엄마가 싸주신 김밥만큼 든든하진 않을거에요.
그걸 아드님도 아셨을테구요.^^
Commented by 지오엄마 at 2005/10/19 13:50
엄마 마음을 이해 하는 착한 아들 용석이도
또 그런 예쁜마음을 알아 보시는 정수님도 다 아름답습니다^^
이런거라면 세련된 엄마보다는 부지런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저 역시도 그렇지만... 요즘 엄마들 너무 편해질려고만 하는거 많더라구요
김밥집에서 사먹는 것도 맛있겠지만
가끔은 모양도 가운데로 예쁘게 안 뭉쳐지고 터지고 어설프지만
내 입맛에 맞게 우리 식구가 좋아하는 재료 넣어서 만들어서
퇴근 후에 신랑이 맛있게 먹으면 어찌나 뿌듯한지^^
아시죠??
Commented by 꿈꾸는풍경 at 2005/10/19 13:53
저두 오히려 그 아이들이 안스러운걸요?
소풍날 김밥이 그 설렘을 모르도록 길들여지다니..불쌍해라..
Commented by Gadenia at 2005/10/19 14:52
그래도 소풍전날 잠 못자고 지새우고 새벽에 겨우 잠들어 곤히 자다가 풍겨오는 김밥의 고소한 냄새에 누가 깨우지 않아도 헐레벌떡 일어나 후다닥 씻고 김밥싸는 엄마 앞에 앉아 꼬랑지 한두개씩 얻어먹고 도시락통에 한개라도 더 넣어달라고 투정부리고 그랬던 때가 훠얼~~~씬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
정수님 최고~ ^_^
Commented by Eternity at 2005/10/19 15:52
현명하신 어머님의 멋진 아들이네요^^

더이상 할말이 없을만큼 멋진 모습이예요 부러워요^^
Commented by Wanderer at 2005/10/19 20:45
행복한 어머니~ ^^
오늘 춘천에서도 소풍 많이 갔어요.
아무래도 가을날이 짧은 탓도 있고,
어머니들의 정치력(?)탓도 있고...
이러저러해서 그런가봐요 ^^
Commented by 편지이야기 at 2005/10/19 21:30
그래도 엄마가 싸주는 김밥이 얼마나 맛있는데요.;ㅅ;)
Commented by 해피맘 at 2005/10/20 17:51
멋진 엄마와 멋진 아들..아름다운 풍경이예요~^^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10/20 19:40
어머니들의 정치력이란 말에..^^ 하하하.. 정말 잼있는 표현력들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이보다 구식인지 몰라도 정성과 마음은 꼭 전달하고 싶더군요.. 여기 오시는 이글루 이웃분들의 따스한 정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서 정말 기쁩니다.^^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5/10/21 09:43
1학기 때 저희 아이도 반에서 한 명 컵라면(보온병과)을 싸온 애가 있는데 너무 부러웠다고 담에 그렇게 해달라고 했어요. 깜박하고 이번 소풍에도 그대로 김밥 싸줬는데 이번엔 아무도 그런 사람은 없었는지 본인도 깜박~ 근데 다른 애들도 다들 부러워했다니 핵심은 혼자서 얼마나 색다른지가 아닐지... ^^
Commented by 김정수 at 2005/10/22 10:13
덧말제이님.. 아.. 식은 김밥에 컵라면 같이 먹음 정말 좋겠는걸요? @.@ 기발난 아이디어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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