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一景/ 백석.




秋夜一景


-백석.

닭이 두 홰나 울었는데
안방 큰방은 모두 웅성웅성 홰즛하니 당등을 하고
인간들은 모두 웅성웅성 깨여 있어서들
오가리며 석박디를 썰고
생강에 파에 청각에 마눌을 다지고

시래기를 삶는 훈훈한 방안에는
양념 내음새가 싱싱도 하다

밖에는 어데서 물새가 우는데
토방에선 햇콩두부가 고요히 숨이 들어갔다




..

홰즛하니 : 어둑어둑한 가운데서 호젓한 느낌이 드는
당등 : 장등長燈. 밤새도록 등불을 켜고 끄지 않음
오가리 : 박이나 호박의 살을 길게 오려 말린 것
석박디 : 섞박지. 김장할 때 절인 무우와 배추,

<백석 시전집 中>


올 가을.. 백석 시인의 가을 모드에 빠져 보기에 충분한 산문과 시가
모여있는 책이다. 숨겨있던 미발굴 시들과 산문들은 백석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반가움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요즘 나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어 바쁜 사람들에겐
이런 시집이 마음을 다잡아 주기에 좋을듯 싶다.^^





by 김정수 | 2005/10/17 21:18 | 책읽는 방(국내)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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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ternity at 2005/10/17 21:21
참 이런 가을밤에 어울리는 좋은 글이네요..:)
Commented by 꿈꾸는풍경 at 2005/10/18 00:09
아..여전히 책과는 거리가 멀게 살고 있어요. 그나마 꾸준히 보던 만화책도 카드 만드느라..^^
전 어째 관심이 가는 것을 공평히 나누지 못하는 걸까요? ^^
잘 지내고 계시죠?
Commented by fragrant at 2005/10/18 00:17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잘 느낄 수 없는 풋풋함이 느껴지네요..
귀뚜라미 찌르르르 울어대는 가을 밤에 들을 만한 따뜻한 시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Wanderer at 2005/10/18 02:00
오~ 마음에 드네요 ^^
Commented by 다현 at 2005/10/18 10:01
백석 시집이 잇지만...참...좋아요..
단어가 조금 이해가 안가는데..
전해오는 느낌이란... 단어까지 이해되면
얼마나 더할까라는 생각 마저 들더라구요 ^^
Commented by Bohemian at 2005/10/22 01:15
하아. 이렇게 모르는 단어들이 많다니..
한글은 참 공부를 많이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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